하루 종일,
내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 저수지가 나오네
내 눈 속에 오리떼가 헤매고 있네
내 머릿속엔 손바닥만한 고기들이
바닥에서 무겁게 헤엄치고 있네

물결들만 없었다면, 나는 그것이
한없이 깊은 거울인 줄 알았을 거네
세상에, 속까지 다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고
믿었을 거네

거꾸로 박혀있는 어두운 산들이
돌을 받아먹고 괴로워하는 저녁의 저수지

바닥까지 간 돌은 상처와 같아
곧 진흙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섞이게 되네



<감상> 물은 모든 걸 다 비춰주므로 깊은 거울이네. 저수지 속의 마음 바탕이 한껏 시인의 괴로움을 담고 있네. 시인의 눈에도 하늘이 담기고, 새가 헤매며, 물고기가 무겁게 헤엄치고 있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저수지를 들여다보며 상처 입은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 몹시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어떤 해결책은 찾을 길이 없네. 바닥까지 내려간 돌처럼 대책 없이 진흙 속에 섞이고 마네. 마음의 상처도 갈 데까지 가야, 언젠가 아물 수 있다는 걸 저수지는 잘 받아들이고 있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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