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 더 늦춰졌다. 정부는 애초 2일에서 9일로 1주 연기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전체적으로 3주간 신학기 시작을 뒤로 미룬 것이다. 일선 교육 현장의 불편 감수는 불가피해졌다. 당장 교과 진도와 학사 일정이 차질을 빚고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 스트레스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돌봄 부담은 무엇보다 큰 고민거리가 돼가고 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유치원, 초등학교의 긴급돌봄 교실 운영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했지만, 정책 효능이 낮아 우려된다. 감염 위험 환경을 피하려는 부모들이 긴급돌봄 시설에 자녀를 맡기기는 쉽지 않으리라 보고 대책을 더 다듬어 가야 한다. 지난달 28일 기준 전국 초등생 272만1천484명 중 긴급돌봄 신청 가정은 4만8천656명(1.8%)뿐이라는 교육부 통계는 냉정한 현실을 웅변한다. 시설을 철저히 소독하는 등 감염 리스크를 낮추고 학부모들에게 안전에 관한 믿음을 높여 줘야만 긴급돌봄 서비스 이용이 의미 있는 규모로 확대될 것이다. 차제에 부모 돌봄이 힘든 가정을 대상으로 아동 돌봄 특별센터를 운영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의 견해도 살펴서 정책을 보완해 나가길 바란다.

정부는 개학 추가 연기 대책으로 학부모들이 최장 10일간 자녀 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최대 5일 50만 원까지 자녀 돌봄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긴급돌봄 보완재로 활용되길 기대하는 셈이다. 할아버지·할머니나 친인척들의 도움을 받기도,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어려운 맞벌이 부모의 육아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뜻일 테지만 예산이 많이 들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돌봄 휴가를 쓰는 것이 직장에서 눈치가 보이고 직장 내 지위를 불안하게 하는 것임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환경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군에서 더할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기업들의 재택근무, 유연 근무 확산 유도에 더 진력하여 학부모들의 돌봄 고통 완화에 실질적 보탬이 되게끔 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개학 일시가 다시 미뤄질 개연성에 대처하는 자세도 요구된다. 감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 전략의 위력에 따라 확산세 진정 수준이 달라지겠으나 그사이 돌봄 시설 정비와 예산 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학교와 달리 정부가 휴원을 강제할 권한이 없는 학원 가동도 골칫거리다. 학원은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수업받기 일쑤인 밀집 시설이기에 집단감염 위험지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지난달 28일 현재 경기도 내 학원·교습소 3만2천923곳 중 휴원 중인 곳은 1만5천889곳에 불과하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여고생인 70번 확진 환자는 54번 환자인 영어학원 강사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학교를 대신하여 시간을 메워주거나 고교 고학년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는 학원 쪽으로 수요가 쏠린다면 감염 리스크가 상승할 수 있다. 학원들은 정부 권고대로 휴원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마냥 문 닫고 있기에는 경영이 어려운 처지라는 게 문제다. 장기 휴원 시 존립이 힘든 영세 학원들에 대한 대책이 검토돼야 할 이유다. 시·도 교육감들이 휴원 피해를 보전해 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원 감염 확산 방지와 경영피해 보전 방안을 신중하게 살펴보면서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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