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났다 / 옳은 네가 싫어서
풀지 않고 넘겼던 난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늘도 나는 율법을 배우지만
당신이 아주 나쁘지는 않듯이
아주 옳지는 않다고 생각해

상황이 되면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해

나는 몰랐어 / 내가 알았었다는 것을
뒤늦게 내가 알았었다는 것을
알았지, 봐
아는 걸 아는 게 이렇게 모를 일이다

세상은 좋은 모든 것을 내게 주고
나쁜 모든 일들 겪게 만들지
이 악마적인 힘

나는 좋을 거야, 좋다는 감각이 다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무한한


<감상> 아스모데우스(Asmodeus)는 기독교와 유대교 전승에서 ‘색욕’을 표상하는 악마의 이름이다. 좋은 말과 교리를 앞세워 모든 걸 포기하고 나쁜 일들 겪게 만드는 게 악마적인 힘이다. 이에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고 악마의 신념이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게 된다. 선악이 불분명한 시대일수록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그 전에 몰랐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당신의 말이 옳은 듯이 보였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최상의 지혜요,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병(노자의 도덕경:知不知上 不知知病)임을 깨달아야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병든 사회가 되지 않는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