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일상이 없어졌다는 말로 근황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재잘거림, 엄마 손을 잡고 놀이터를 향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지인을 만났을 때 반가운 인사소리, 직장 동료들과 졸린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가 이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답답함을 하소연 한다.

얼마 전 주차장에서 갑갑함에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었더니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멀리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민의 불안함과 걱정이 어느 정도 인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일이었지만 씁쓸함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단감염이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시민들이 마음 편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렇듯 코로나 19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적대감이 퍼진다면 이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확산세가 진행되자 시민들의 움직임은 둔화되고 그 여파는 당장 골목 상권에 전달되어 영세 상인들은 물품의 재고가 쌓이고 대금 결제와 당장 이번 달 임대료를 걱정하게 되었고, 영업사원은 방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기본 수당도 받지 못할 형편이다. 재료 공급에서 중국 현지 공장의 조업 일정을 걱정하는 대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일용직 근로자와 생계형 아르바이트생의 일자리까지 구석 구석 걱정이 안 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당장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이 논의되고 포항시에서도 가능한 모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 시민의 불안한 심리와 사회적 분열이다. 코로나 19는 무서운 병이 아니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전염성이 강하지만 치사율은 떨어지므로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고 차분하게 생업에 종사하며 서로를 지키고 응원하며 이 시간을 견디자.

다행히 여러 곳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오랜 자가격리로 인해 지친 이웃의 집 문고리에 손편지와 치킨을 걸어두고 갔다는 미담, 혹시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지는 않았는지 일손이 필요하다면 돕고 싶다고 글을 올리는 시민, 방역과 소독 작업이라도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읍면동의 자생단체들의 자원, 기부 릴레이와 격려품 전달이 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또한, 경제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손님의 발길이 끊어진 음식점의 포장 판매를 홍보해 주는 SNS가 등장하기도 하고, 우리 지역의 유명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재고 처리를 원하는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자영업자 상생 홍보게시판’을 운영하고, ‘포항 사랑 나눔 착한 임대료 운동’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이 코로나 19 극복의 가장 큰 동력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묵묵히 애쓰고 있는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지역 주민 서로의 신뢰와 연대감이 모인다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파생된 우울함과 어려움을 몰아내고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모쪼록 당분간 물리적 거리는 두되 마음의 거리만은 어느 때보다 좁혀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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