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간호사들이 계속 수술복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수술복이 모자라 환자복 찢어진 것도 주워서 입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에 쓰던 낡은 수술복을 포항의료원으로 보내주시길 긴급 부탁드린다.” 포항의 한 의사가 의사 커뮤니티 단톡방에 올린 지원요청이다. 이 글은 SNS를 통해 급속 확산됐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환자를 돌보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방호복 안에 주로 수술복을 입게 돼 있는데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계속 늘고 있어서 일반 환자복을 입고 있다는 절박한 사연이었다.

지역 의료인이 올린 이 글을 청와대 행정관 출신 보건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포항의료원에 확인했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가자 뉴스라는 것이었다. 이 보좌관은 “현재 수술복 재고 200여 벌 등을 이용하고 있고, 추가로 600벌을 주문했기 때문에 낡은 수술복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포항의료원 간부의 말이라 했다.

이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던 지역의 의사는 “도움받을 당사자에게 ‘당신이 그랬나?’ 물어보는 상황이다. 제가 헌 옷 수거업자도 아닌데 진짜니 가짜니 하나”라고 불쾌해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현실을 모르고 지역 의료인의 절박한 호소를 ‘가짜 뉴스’로 치부했다. 이 보좌관은 비판이 일자 뒤늦게 사과했지만 공공의료기관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준 씁쓸한 헤프닝이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포항의료원은 이보다 앞서 ‘간호사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 집단사직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종사자들을 허탈하게 하기도 했다.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당초 1~2월 간호사들이 사직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수용되자 사정을 고려해 새로운 간호사가 투입되는 3월까지 사명감에 사직을 이뤄오다가 지난달 28일 16명이 사직했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가 퍼지자 일부 퇴직 간호사들은 울면서 의료원으로 연락하기도 했다.

포항의료원에서 발생한 두 사례는 부정확하고 신중하지 못한 정보의 전달이 위급한 상황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얼마나 크게 떨어뜨리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