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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항 '공적 마스크' 공급 현장 가보니
[르포] 포항 '공적 마스크' 공급 현장 가보니
  • 손석호 기자
  • 승인 2020년 03월 04일 21시 5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05일 목요일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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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손주들 줄려고 새벽부터 줄 섰는데…"
4일 오전 10시께 포항시 북구 기계면 기계우체국 앞으로 마스크를 사기 위한 긴 행렬이 줄 지어 서 있다. 손석호 기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추운 거리에 줄을 섰습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김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읍·면 지역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약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시민들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 같은 마스크 구입 전쟁을 치르고,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었다.

4일 마스크 공적 판매가 이뤄지는 포항 면 지역 우체국·농협 하나로마트와 시내 약국 등 공적 판매처를 돌아본 결과 현장은 전시 상황의 식량 배급소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 기계우체국 앞은 약 100명의 사람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이곳에서 한 사람당 5장씩 총 85명 분(425장)을 판매한다는 소식에 몰린 사람들이다.

가장 일찍 온 80대 할머니는 아침 7시부터 줄을 서 총 4시간가량 응달에서 있게 됐고, 늦게 온 사람도 8시 30분께는 도착했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왔다는 한 시민은 자신에게 이미 늦어 돌아올 몫이 없는 것 알고 곧바로 다시 돌아가며 시간과 교통비를 허비했다.

순번이 85번째 내외부터인 사람들은 혹시나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했다.

시골 동네인 만큼 뒤늦게 어르신이나 가족이 ‘새치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 언성이 높아지거나 예민하다고도 귀띔했다.

사람들은 나이는 80대 노인부터 20~30대까지 다양했지만 60대 이상이 많아 보였다.

4일 오전 11시께 포항시 북구 기계면 서포항농협 하나로클럽 앞으로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한 전 절차인 번호표를 받기 위한 긴 행렬이 줄 지어 서 있다. 전날까지 2시에 마스크를 배부했지만 이날은 중복 수령을 막기 위해 우체국과 동일한 오전 11시 번호표를 배부하고, 오후 2시에 다시 마스크를 배부한다고 농협 측은 밝혔다. 손석호 기자

감염을 우려해 일회용이나 공업용 마스크, 머플러 등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줄 간격은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빽빽해 오히려 2차 감염이 우려됐다.

한 칠순 할머니는 “아들이랑 손주를 주기 위해서 부모 마음에 어야겠닝교, 무릎이 아파도 줄을 서야지”라고 했고, 중년 남성은 “85세 노모를 모시러 서울에서 기계로 귀촌했지만, 편찮으셔서 병원을 가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사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농번기가 시작된 3월 초순 오전을 대부분을 길에서 허비하는 만큼 노동력과 시간을 다들 아까워하며, ‘동네 이장을 통한 일괄 마스크 배부’ 또는 ‘번호표’ 등 좀 더 효율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우체국 관계자는 “저희도 어르신들이 길게 줄 서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하지만 각 지국으로 배달되는 과정이 필요해 시간을 앞당길 수 없고, 번호표도 또 다른 시비가 있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인근의 서포항농협 하나로클럽은 사정이 좀 더 복잡했다. 전일까지 오후 2시에 배부를 했지만, 이날부터는 우체국과의 중복 줄서기를 막기 위해 동일한 오전 11시에 번호표를 나눠줬다. 한 사람당 5장씩 총 140명 분량(700장)이다. 하지만 번호표를 받고 바로 나눠주지는 않고 오후 2시가 돼야 받을 수 있다.

김헌나(84·기계면 봉계리) 할머니는 “고2인 손녀와 시내서 일하는 며느리를 위해 마스크를 사려 아침부터 마을버스를 타고 와 줄을 섰다”라며 “오후 2시까지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기다린 후 마스크를 받으면 다시 버스를 타고 포항터미널로 가 손녀에게 전해 줄 예정이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찾은 포항 시내의 약국 역시 수급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일 오후 포항의 한 약국 입구에 적혀 있는 공적 마스크 안내 관련 문구. “오늘은 공적 마스크가 입고 되지 않았고, 추후 공급 계획도 알 수 없다”고 알렸다. 손석호 기자.

‘수요일(4일) 공적 마스크가 없습니다’,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았고, 추후 공급 계획도 알 수 없다’는 문구들이 문에 붙어 있었다.

한 약사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최근 한 달 간 하루 300건 씩, 약 만만 번 가량 마스크에 대한 문의에 응답하고, 또 물량을 확보하려 애쓰다 보니 ‘빚에 쫓기는 사람’처럼 압박감이 극심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미칠 것 같다”며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지만, 구조적으로 물량 확보는 제한적이라 드릴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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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검찰, 법원 등 각급 기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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