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정권 시절 지금의 청와대인 경무대를 ‘인의 장막’이라 불렀다. 이승만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인의 장막’의 고위 참모들 중에는 ‘지당장관’, ‘지당거사’, ‘낙루거사’, ‘조신거사(造神居士)’ 등 아첨꾼들이 판을 쳤다.

대통령이 입만 벙긋하면 그저 “지당하십니다”를 연발하는 ‘지당장관’, ‘지당거사’, 대통령으로부터 꾸중을 들으면 그냥 넙죽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낙루거사’, 대통령을 신격화 하는데 혈안이 된 ‘조신거사’ 등 별칭들이 난무했다. 그 무렵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잘 돼갑니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대통령이 머리를 깎을 때마다 이발사에게 “요즘 어떤가?” 물으면 무조건 “잘 돼 갑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탁월한 영도력으로 유사 이래 최대의 위기인 IMF사태를 수습, 붕괴 위기로부터 나라를 구하셨으며…”, “저는 대통령님과 민주당을 떠나 자민련 입당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한 마리 연어가 되기를 결심했습니다” 민주당서 자민련으로 옮긴 한 ‘임대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이다. ‘해동육룡(海東六龍)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이시니 고성(古聖)이 동부(同符)하시니’로 시작되는 ‘용비어천가’를 방불케 해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슈퍼급 아부성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노 대통령이 TV에 나와 “민심이라고 해서 그대로 수용하고 추종하는 것이 지도자로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하자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지도자와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다”며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국민을 폄하한 청와대 홍보수석의 초특급 아부 발언이 국민을 격분시켰다.

당나라 현종이 애첩 양귀비와 양아들 안록산을 위해 새 궁궐을 짓고 날마다 그곳에서 술판을 벌였다. 하루는 현종이 배뚱뚱이 안록산에게 물었다. “이 오랑캐 배 속엔 무엇이 들어 있는가?” “오직 폐하를 위한 충성심 뿐입니다” 안록산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파안대소한 현종은 결국 망국을 재촉했다.

“대통령님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는 봉준호 감독의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에서 대통령을 향한 아부성 찬사가 국민을 뜨악하게 했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를 연상시켰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