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금가루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다
바닷물이 스스로 짠맛을 조절하여 신비를 만들어내죠
어머니의 양수에서 아프로디테 여신이 태어난다고 믿었죠

지금부터
나쁜 액운을 쫓아버리자고요
당신은 수십 년 벌어온 소금으로 먹여 살렸으니 고맙다고 절을 해요
터널을 향해 당신의 화를 소금 주머니에 넣어 말리고
멀어져가는 갑을 향해 잘 가라 인사를 해요
당신이 원하는 기운을 쫓기 위해 분노의 바구니에 공을 넣어보아요
소금이 소금을 소금으로 스미도록 간수를 빼요
이제 품에 돌아온 당신은 소금을 벌어다 주지 않아도 돼요

햇빛을 가두어 염전에서 발을 동동 굴려보세요
당신을 섬까지 오게 만든 바닷물의 주름이
우주의 인연으로?태어난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감상> 당신은 그저 평생 벌어다 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 고마운 줄 모르고 지내다가 이제는 쉴 때가 되어 거의 붙어 있는 날이 많아진다. 같이 있을수록 그동안 몰랐던 간극을 느끼지만 서로 조심하며 쓱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조금씩 간수를 빼야 진정한 맛을 알게 되듯, 분노를 잘 말려야 서로의 관계가 친밀해진다. 밀고 당기는 바닷물의 주름으로 우리를 조미(調味)하는 소금들! 깨를 볶듯 구수한 맛은 아니지만, 소금을 볶아 깨우쳐 우려낸 것이 당신과 나 사이에 무수히 많다는 걸 소금밭에서 알게 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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