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정치적 자원의 싹을 자르는 결과 안타깝다"
주호영 "믿어준 지역 주민 떠나 치르는 선거 당연히 부담"

(왼쪽부터) 김부겸의원 · 주호영 의원

“수성구갑 유권자를 물로 보나.”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대구 수성구갑 선거구에서 4선의 김부겸(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맞설 후보로 수성구을을 지역구로 둔 주호영(4선) 의원을 배치하자 터져 나온 탄식이다.

범어동에 사는 한 주민은 “평생 수성구을에 공을 들여서 내리 4선에 당선됐는데, 갑자기 옆 동네인 수성구갑으로 옮겨 당선을 바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식으로는 김부겸 의원에게 빼앗긴 고지를 탈환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매우 낯선 공천이지만, 오죽하면 그런 결정을 했겠느냐”며 “지역 국회의원 중에 김부겸 의원에 맞설 중진이 제대로 없다 보니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성구을에 사는 한 유권자는 “관록의 4선 의원 빅 매치라는 그림은 완성됐을지는 몰라도 지역 주민들은 상처를 받은 게 사실”이라며 “표로 심판하겠다”고 했다.

맞대결 당사자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김부겸 의원은 “지역의 정치인들이 각자 영역에서 제 밥값을 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한 구덩이에 몰아넣으면 대구·경북 정치 지원의 싹을 자르는 결과가 돼 안타깝다”며 “서울에 있는 양반들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그림이 그럴듯하게 나오니 막 갖다 붙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대로 주호영 의원은 주호영 의원대로 대구·경북을 위해 밥값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상처를 내가며 하나를 꼭 죽이겠다는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안타깝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주 의원과는 36년이 넘는 인연인 데다 특임장관 시절에는 4대강 사업 등의 문제로 정국이 꼬일 때마다 머리를 맞대곤 했었는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도 수성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믿고 뽑아준 지역 주민들을 떠나 선거를 치르는 게 당연히 부담이지 않겠느나”면서도 “당에서 다선 의원은 편한 선거를 치르면 안 된다고 하고 어려운 곳에 나가 당에 기여해야 한다고 한다”고 수성구갑 출마에 대한 심정을 전했다. 주 의원은 “기존 수성구갑 예비후보들을 지지한 주민들에게서 불만이 많지만, 반대로 지지하는 전화를 받기도 한다”면서 “선거구로는 수성구갑·을로 나뉘어 있으나 행정구역은 하나이고, 선거는 나라 방향을 둘러싼 대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들이 할 것”이라고 수성구갑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 형식을 이뤘지만, 사실 탄핵 이후 책임정치와 자기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허약한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게 됐다”며 “수습 과정이 늦다 보니 수성구갑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공천 과정 자체가 늦어지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사자나 유권자들이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의원이 수성구에서 수십 년 동안 자기 기반을 다졌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오는 파격적인 인사보다는 김부겸 의원에게 위협적일 것”이라며 “김부겸 의원이 가진 영남권 대표성을 고려하면 일단 통합당 입장에서는 주호영 의원 공천이 최선의 결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배준수·전재용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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