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뿔로
너는 내 가슴을 들이박고
안개 자욱한 새벽거리 저편으로 사라졌다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두 손으로 받으며
나는 망연히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너를 들이박은 적 있었지
그때 벌어진 네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어떤 영혼의 갈증을 적셔주었던가

피는 끊임없이 흘러내려 손을 넘쳐 흐르고
나는 아물지 않는 상처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새알 같은 심장을 어루만진다

다시 거듭 둔중하게 내 가슴에 와 박히는
뿔, 뿔, 뿔들


<감상> 일각(一角)은 칼처럼 온힘이 몰려 있지만, 모든 사물을 수용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내 가슴에 상처를 주고 떠난 이들에게서 나는 피를 흘리고 만다. 흘린 피를 보면서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음을 상기한다. 네 상처에서 흘린 피를 보고 내 마음이 편했던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 높은 지위에 있을 때 강력한 뿔로 마구 들이박지 말라. 그 파장들이 너무 커서 제 뿔이 잘려 피가 넘쳐흐르고 심장은 쪼그라든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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