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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금 마스크 앞에 의연히 선 경북대구 지역민들
[데스크 칼럼] 금 마스크 앞에 의연히 선 경북대구 지역민들
  •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 승인 2020년 03월 08일 17시 1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09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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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대한민국 전체를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코로나19. 전국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곳이 경북·대구다.

모임도 자발적으로 안 하고 친구도 만나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에는 인기척이 끊겼다. 일일노동자에서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신음 소리를 내지 않는 곳이 없다.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속으로는 울분이 치밀어 오르지만, 그러나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음압병상에서 환자를 돌보고 나온 의료진들의 옷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기 일쑤다. 힘들지 않은 곳이 없다. 의료진에서부터 시민들에게 이르기까지 묵묵히 버텨 내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기본은 철저한 손 씻기와 마스크 하기, 대화 시 2m 정도 떨어지기 등이다.

이들 중 자의로 되지 않는 것이 마스크 구하기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일로로 치달으면서 마스크 수요도 덩달아 급증했다. 앉으나 서나, 잠속에서도 마스크 꿈을 꾼단다.

불과 3개월 전만 하더라도 별로 대접받지 못했던 마스크가 이처럼 귀빈 대접받을 줄 누가 알았으랴. 정상적이라면 1개당 820원 정도 하는 마스크 가격이 2배에서 최고 5배까지 둔갑해 팔리고 있다. 수량의 절대 부족에다 공급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오락가락 정부 정책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경북 대구지역은 마스크 구입과 관련해 무질서와 혼란 같은 건 없었다. 수량 부족으로 제때 구입하지 못하는 불만은 있었지만, 몇백m씩 줄을 길게 늘어서서 차분하게 기다렸다. 마트 등에서라면 등 일부 먹거리를 사재기는 하는 모습이 언뜻 비치긴 했으나 대부분은 금방 평정심을 유지했다. 오히려 임차인를 위해 월세를 깎아주는 건물주들도 속속 등장했다.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는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위험하고 힘들 때 진정한 시민의식이 나타난다. 절제되고 아름다운 경북·대구 시민의식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대구에서 하루 동안 71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던 초유의 지난 2월 말, 코로나19 대구 현장을 취재했던 미국 ABC방송 특파원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곳은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고 했다. 대구는 코로나19를 이겨내며 살아야 할 이 시대 삶의 모델이라고 보도했다.

그 기자는 마스크 공급 부족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참을성 있게 줄을 서고, 감염 환자들을 수용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며 시민들의 침착한 대처를 호평했다.

시민 모두가 힘들고 지치지만,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왜 하필 대구인지?’라고 억울하고 불안해하면서도 함께 이겨내자며 스스로 자진해서 외출을 삼가고 있다. 첫 환자가 발생하고 이동을 제한한 지 오늘로써 벌써 20일째 접어들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것이 우리 대구가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의 시작이라고 했다.

어째 대구뿐이겠는가. 경북도민도 물론이다. 하루하루가 전쟁같이 안타깝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지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귀한 금 마스크 앞에서 경북 대구인들은 그래도 의연하게 2, 3시간씩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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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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