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된다'는 도전정신·창의력으로 40년 꽃길 걸었어요"

장현애 갤러리플라워 대표.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중략)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이춘수의 시(詩)‘꽃’ 중에서

꽃이라는 대상을 통해 존재 본질을 의미를 묻는 이 시처럼 40년 동안 꽃이 지닌 의미를 탐구해온 화훼장식사 장현애(58) 캘러리플라워(포항 북구 학산동) 대표가 올해 1월 ‘제1회 포항시 최고장인’으로 선정돼 증서와 증패를 받았다.

포항시 최고장인 선정은 지난해 ‘포항시 숙련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첫 사례다. 장 대표 등 총 3명이 최고장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고장인으로 뽑힌 숙련기술인은 3년간 매달 기술장려금 10만 원을 받는다.

영예로운 포항시 첫 최고장인으로 뽑힌 장현애 대표는 2002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화훼장식 분야서 동메달을 받아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같은 해 경북도 지방기능경기대회(화훼장식)에서는 은상, 10회 한국고양꽃전시회(전통꽃꽂이)에서는 대상(농림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꽃에 대한 그녀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전부터 원래 꽃꽂이가 좋았고, 종교적으로 이유로 ‘성전 꽃꽂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고향 대전에서 중매결혼을 통해 포항으로 오게 됐는데 마침 꽃집으로 시집을 왔다.

단순한 꽃집 아줌마가 아닌 좋아하는 꽃을 잘 알고 싶고, 또 가르치고 싶어 본격적으로 꽃 공부(화훼장식)를 한 지도 벌써 35년 정도 됐다.

그동안 끊임 없이 갈고 닦아 누적된 내공과 연마한 실력을 바탕으로 (사)서라벌 꽃예술협회 꽃들회 회장,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 이사, 포항시 평생교육원 여성회관 강사 등을 맡고 있다.

또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국가자격증 감독 위원 등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다.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메달을 딴 제자를 포항에서만 2명을 배출했고, 포항과 인근에 많은 후배를 둬 지역의 ‘꽃의 대모’로 통한다.

장 대표는 “꽃은 좋은 점이 많다. 보는 것 자체가 사람 기분을 좋게 하는 등 원예는 정서·심리 치료에 큰 효과도 있다”라며 “포항은 특히 예전부터 철강 산업 일변도의 공업 도시였고, 문화 불모지로 불렸는데 화훼·조경 등 주변 환경을 가꾸고 딱딱한 정서를 순화시키는데 꽃만 한 것이 없다”고 꽃 예찬론을 펼쳤다.

미술과 음악을 통한 심리 치료가 있는 것처럼 꽃을 통한 치유(힐링)은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이 됐다고 주장했다.

철사 등 구조물(프레임)을 이용한 화훼장식, 꽃과 잎 등을 물리적으로 약품 처리하는 ‘프리저브드 플라워’ 등 다양한 화훼기술을 가르치지만, 이 원천에는 “꽃의 지니는 생명력과 정신적·심리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0년 한길을 걸어온 비결을 물으니 ‘끈기’과 ‘도전 정신’, 그리고 ‘창의력’이라고 답했다.

작품 한 점을 만들려면 적어도 3시간가량 몰두해야 하는 데 필요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집중력과 끈기가 가장 필요했다고 한다.

또 부케나 테이블·벽 장식 등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 보는데 두려움이 없는,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과 창의력도 필수요소라고 덧붙였다.

평소 가지고 있던 소질에 이러한 끊임 없는 노력을 더 해 활짝 꽃을 피웠다.

한 송이 꽃을 활짝 피우는 위해 비·바람을 이겨낸 것처럼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의 명언은 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라며 “꽃을 보고 혐오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면 분명 정신이 병들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꽃꽂이를 하는데 역시 튼튼한 몸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학생 진로 등 장래 희망 선택에서 있어서도 공부 등 보다 꽃꽂이를 일찍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기능사 등 자격증을 갖추고 자신의 길을 조기 선택해 그 길을 가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꽃꽂이를 함에 있어 ‘순수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장현애 최고장인은 “다양한 인간관계 상황이나 비용 등을 지나치게 계산하다 보면 이만한 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다만 ‘공짜는 없다’는 누구나 아는 이치처럼, 물질적인 가치나 이익을 떠나 남과 나를 위해 그만큼 노력하면 자부심과 함께 더 즐겁기도 하고 돌아오는 부분도 분명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자원봉사 재능기부도 한다고 했다. 예전 지역 방송국에서 한 ‘양심 밥통’ 프로그램의 초기 선정자이며, 봉사표창도 2회 수상했다.

특히 꽃과 관련된 봉사도 하며 요양원 양로원에서 노래 부르기, 다도 봉사 등 다양한 형태로 나눔을 실천한다.

장현애 대표는 “꽃꽂이 개발상품의 유행이라든지 실력은 오히려 우리나라가 서양 등 화훼 선진국으로 알려진 외국보다 앞선다고 자부한다”며 “화훼산업 미래를 위한 지도와 화훼인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편의점에서의 꽃 판매 추진이라든지 김영란법, 경기 침체·코로나19 사태로 졸업식 축소 등 꽃 산업이 매우 어려운 현실에 있다”며 “돈과 어른의 논리가 아닌 꽃이 역사와 문화 속에 더 녹아들고 마음을 주고 받는 선물로 인식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