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인력수급 불투명…경북 시·군 투입 취소 또는 연기
공기관 등 국내인력 확보 추진

농가일손돕기 자료 사진.
# 의성에서 가시오이와 토마토 등의 농사를 짓는 신 모(40) 씨는 부족한 일손에 온 가족이 투입됐다. 함께 일하던 중국인 근로자들이 모두 중국으로 떠난 탓이다. 보통 한 품목의 생산품이 출하되기까지 45일~90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준비과정과 비료투입, 수확 등으로 20여 일이 더 소요된다고 한다. 때문에 납품 시기를 제때 맞추지 못해 상품가치가 떨어져 매출도 많이 줄어들면서 요즘엔 깊은 한숨만 내 쉬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한다.

# 영주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있는 황 모(53) 씨는 올해 농사에 걱정이 앞선다. 인삼 파종 시기에 맞춰 이달부터 많은 일손이 가지만 여기에 투입될 계절근로자(외국인)가 없어서다. 황 씨는 “인삼재배에 인력이 당장 투입돼야 하는데 일손이 없어서 큰일이다”며 “지금까지 지어놓은 농사를 망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황 씨의 경우처럼 현재 영주에는 올 상반기에만 50여 농가에서 100여 명의 계절 근로자를 신청해 놓은 상태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인력 투입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경북지역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부족한 일손을 채워줬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입국 연기·취소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법무부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90일간 체류 가능한 단기 취업(C-4)비자를 발급받은 근로자가 해당 농가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북지역은 올해 외국은 계절근로자에 765명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5일 기준으로 123명이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취소통보를 해 온 상황이다. 전국은 9개 도 48개 시·군에서 4797명을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신청했다.

가장 피해를 보는 지역은 영양군이다.

다음 달 베트남 계절 근로자 80명, 5월 이후 332명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투입 예정이었던 80명 전체가 최소 됐다.

성주군 역시 다음 달 필리핀 계절 근무자 43명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모두 취소된 상황이다.

영주시는 총 93명이 이달 말에 투입되기로 했지만 다음 달 말로 연기됐고 상주시 역시 23명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말로 연기됐다.

문경시는 베트남 계절근로자 10명이 다음 달 말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5월 이후로 연기됐고 의성군은 다음 달 초 66명 투입예정에서 5월 이후 투입으로 변경됐다.

봉화군은 총 107명의 계절근로자 가운데 다음 달 70명이 투입될 예정이고 5월 이후 37명이 투입될 예정이며, 울진군은 총 11명 중 이달 말 8명, 5월 이후 3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지난 2018년 경북에 처음 도입됐으며, 지난해에는 643명이 농가의 부족한 일손에 큰 도움이 되면서 올해 많은 농가에서 신청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계절근로자 투입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경북도는 당장 이달 말쯤 울진에 8명이 입국해 농번기 현장에 투입되고 4월에 186명, 5월 이후 448명이 현장에 투입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취소통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경북도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도내 10곳의 농촌인력지원센터 등을 통해 국내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 농촌 활력과의 한 관계자는 “계절근로자 입국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대한으로 공공기관 등의 직원을 대상으로 농촌 일손돕기 운동을 유도할 계획이지만 사실 이마저도 코로나19 사태를 봐가며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주관해 농번기에 단기간(90일)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로 2015년 충북 괴산군에서 최초로 시행됐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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