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불의와 협잡에 굴하지 않겠다"…대구지역 출마 시사
곽대훈·정태옥 "연고도 없는 낙하산 공천…조만간 거취 결정"
박명재 "기대 부응하지 못해 죄송"…공관위 결정 잠정 수용
지역민 "모멸감 주는 전형적 막장 공천"

미래통합당 대구·경북(TK) 지역 현역 의원들이 6일 4·15 총선 공천에서 무더기로 탈락했다.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공관위 회의를 열어 TK 지역 공천 심사를 한 결과 현역 의원 15명 가운데 6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김형오 위원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컷오프 대상에 오른 현역 의원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도)·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김석기(경북 경주), 정태옥(대구 북구갑), 곽대훈(대구 달서갑)·백승주(경북 구미갑.연합
미래통합당의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하는 당 지도자급 인사와 대구·경북(TK) 현역들의 무소속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은 공관위의 결정을 잠정 수용한다고 밝혔다.

8일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무소속 출마선언에 이어 홍준표 전 대표와 대구지역 곽대훈(달서갑)·정태옥(북구갑) 의원이 조만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대구 달서갑과 북구갑은 이두아(전 18대 국회의원)·양금희(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후보가 각각 공천 후보자로 내정됐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이두아(달서갑) 후보는 18대 당시 비례대표를 했던 사람으로 참신한 인물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양금희(북구갑) 후보는 자유한국당이 그토록 반대해 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위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함께 활동한 인물로 당 정책과 이념과는 상반된 ‘코드 공천’”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양 후보자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공관위 김형오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에 대해 지역민들은 “대구시민을 무시하고 모멸감을 안겨주는 전형적인 ‘막장 공천’”이라며 “지난 20대 공천 휴우증으로 새누리당 침몰의 원인을 제공했던 이한구(당시 공천위원장) 보다 김형오가 더 나쁜 X”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폭주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의 공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곽대훈 의원은 8일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공천은 밀실에서 이뤄진 명백한 사천”이라며 “문재인 정부 심판을 위해 노력한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 이유를 밝히기는 커녕 (광화문 집회 등) 세상이 어지러울 때 뒷방에서 궁시렁 거리던 9명의 공관위원들이 자신들과의 친분 관계를 앞세워 연고도 전혀 없는 낙하산 인사를 내려 꽃았다”며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다. 정태옥 의원 역시 “주민들 다수가 한 번도 본적이 없고 현역에 비해 정치적 역량과 당 기여도도 부족한, 대구지역의 길도 모르는 사람을 낙하산 공천한 것은 지역 민심을 우롱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9일 북구갑 광역·기초 의원들이 공관위 공천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이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다.

또, 동구갑의 김규환 의원(비례)은 “지난 1년여 간 당과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한국당을 배신한 유승민 의원을 심판하기 위해 당원도 1만 2000여 명을 확보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했지만 공관위는 경선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무소속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컷오프 명단에 오른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은 “공관위의 결정을 잠정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경북지역 의원들은 현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8일 오전 포항 시민 및 포항남·울릉 당원 및 후원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며, 그 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을 가슴깊이 새기며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공천관리위원회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해 공천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불의와 협잡의 전형”이라고 공관위를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38년 공직생활 동안 불의와 협잡에는 굴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 측근은 이날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관위) 야비한 공천배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얼굴도 모르는 낙하산 공천 인사를 대신해 무소속이라도 출마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또, 대구지역에 출마한다면 지역구는 어디로 선택할 것이냐는 물음에 “컷오프 당한 TK 현역들의 출마가 예상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유승민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동구 갑·을과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을), 출신고가 있는 달서구 등이 대상이다”고 말했다. 앞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통합당 탈당과 함께 ‘4·15 총선’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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