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칠곡군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이성원 칠곡군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4·15총선이 불과 3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총선 연기설이 나오는 등 시국이 너무나 어수선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의 도시기능이 점차 마비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가 전국으로 계속 확산 될 경우 국민 여론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경우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여야는 연기론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어떻게 연기하느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2대 대통령선거가 6·25전쟁 중인 1952년 8월 실시되는 등 지금껏 총선과 대선이 미뤄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국민 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인 만큼 전체 여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외출을 자제하고 너도나도 ‘방콕’(방에 콕 박혀있기)을 선택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마당에 한 표를 위해 다중이 모이는 투표장으로 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4·15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이같이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어떻게 국민참여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겠는가?

선거는 모든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기가 어려워 자신을 대신하는 대표자를 뽑는 행위이다. 자신은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뜻과 권익을 정치에 반영하는 대변자를 선출하는 일이기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민은 이같이 중요한 선거를 무시한 나머지 투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의 한 표가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한 표, 두 표가 모여 당선의 표가 되듯이 나처럼 행사하지 않은 한 표, 두 표가 늘어나는 만큼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해 대의 민주주의의 꽃은 시들고 말 것이다.

국회의원선거도 국민의 대표를 뽑는 대의제에서 출발한다. 투표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으로 인해 내가 사는 지역을 대변하는 대표를 잘못 선출하면 어떻게 되는가? 불과 몇 %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뽑힌 국민대표(국회의원)는 자의적인 정책 결정으로 대다수 주민과 공동체 전체가 불행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무투표자에게 있다.

이를테면 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진 사표보다 못한 무투표를 선택한 국민은 우리나라 국회가 싸움으로 난장판이 되더라도 한마디 말도 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나 스스로 투표하지 않아 이 같은 국회를 만들었으니 원초적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판단하면 어떻게 투표하러 가지 않겠는가? 내가 지금 살아가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법을 제·개정하고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연간 살림살이 513조 원을 승인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에 나부터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투표율을 무조건 높인다고 대의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을까? 금품을 받고 투표하거나 자신과 이해관계와 단순한 연고 등에 따라 투표한다면 투표율이 아무리 높아도 소용없을 것이다. 국민 각자가 한 표를 행사하더라도 후보를 제대로 알고 현명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후보자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후보자의 이력은 물론 도덕성과 잠재 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하는 충분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이번 총선 후보들, 특히 정치 신인은 자신을 현장에서 알릴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활성화된 SNS 등을 통한 사이버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이마저도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지지자를 비롯한 일부 유권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무관심으로 ‘스팸처리’하고 있다.

대학(大學)에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라는 말이 나온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의미로 마음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를 대신해 정치할 훌륭한 후보를 검증하고 제대로 선출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계속해서 무투표로 관심(關心)을 가지지 않는다면 누가 진정한 일꾼인지 보아도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가 지역과 국가를 위해 바른 소리를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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