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신음 소리 들린다.
방음 장치가 완벽한 차창을 뚫고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울 수 있는 공간을 갖지 못한 사람,
그가 이 깊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자신의 익숙한 자리를 버리고
그가 낮게 낮게 시간의 파도 속을 떠다닌다.

눈물이 거센 파도가 되고 멈춰 선 차들은
춤을 추네. 울음소리에 스며들어 점차
나는 없네.
이 차는 이제 옛날의 그 차가 아니라네.
이 차는 속으로 울어버린 것이라네.
나를 싣고서 떠나가 버렸다네.



<감상> 정말 슬프면 사람들이 많거나 익숙한 곳에서는 울 수가 없다. 현대인은 근원적인 절망과 고뇌를 분출할 곳이 없어 지하주차장에서 운다.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방음창을 뚫고 내 귀에 들려온다. 작은 공간일수록 그 울음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사람 속에 숨어 있는 근원적인 소외와 슬픔은 그 누구도 말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차 안에서 울면 자동차도 짐승처럼 속으로 따라 울고, 나도 따라 울게 된다. 그 차가 나를 싣고서 파도처럼 울음 속에 갇히게 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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