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가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2월 26일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00억 원을 대구시에 내려보냈다. 기업과 개인의 성금도 대구로 답지하고 있다. 3월 6일까지 대구를 특정해 기탁된 성금은 180억 원이다. 이외 중앙정부는 의사파견, 병원지원, 마스크 보급 등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성금과 물품 기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대구시의 집행방식이다. 정부지원금은 명시적이나 관례에 따라 지정된 용처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운용된다. 성금은 정부와 대구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문을 위한 기금인데, 오롯이 국가와 대구시가 부담하여야 할 영역에 투입되고 있다.

정부가 대구시에 내려보낸 100억 원은 ‘코로나확산방지긴급대책비’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대구시는 75억 원을 8개 구와 군에 배분하기는 했지만, 적절한 용처를 구분해주지 않았다. 대구시가 직접 집행한 25억도 엉뚱했다. 공무원 등 관련 인력의 수당과 파견인력 수송비에 10억 원, 방역용역비에 14억 원, 비상근무직원 급량비에 1억 원을 책정했다. 긴급과 관련이 없는 인건비와 수당 등에 긴급지원금을 배정한 셈이다. 대구시가 인건비에 정부지원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꾸기는 했지만, 아직 특별한 계획을 밝힌 바 없으므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성금 집행도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다. 3월 6일까지 대구에 기탁된 성금은 180억 원이며, 현재까지 대구시가 집행한 돈은 약 56억 원이다. 마스크 400만 장 구매에 40억 원, 나머지는 ‘긴급돌봄 사업’과 ‘격리자 생활필수품 구매’에 사용했다. 성금의 1/3은 상황대응에 사용하고, 2/3는 상황 종료 이후 민간병원에 대한 손실보전과 영세업자의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금으로 집행했거나 집행할 부문은 정부와 지자체의 영역이다. 성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직자와 영업 부진으로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 상황 종료 이후에는 사망자 유가족, 실직하거나 구직기회를 박탈당한 시민, 영세사업자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성금을 내는 기업이나 개인도 성금의 영역을 이해하고, 정부와 지자체 영역 밖으로 한정하여 사용처를 명기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으로 약 11조7000억 원을 편성했으며, 국회 통과 후 2개월 내 75% 이상을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감염과 관련해 의료기관과 격리치료자 생활지원비 지원, 중소기업을 위해 융자·대출·보증과 상품권발행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민생고용과 관련해 저소득 및 취약계층과 가정 돌보미 지원,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한 지역특화사업과 고용지원 등이다. 따라서 성금을 내면서 이러한 분야 피하거나 부족분을 보충하는 선으로 용도를 지정해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돈은 목적에 맞게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금으로 공무원에게 수당을 지급하거나, 방역처럼 공무원 풀로 충분한 영역에 지출한다? “국가 돈은 눈먼 돈, 먼저 본 놈이 임자”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국가재난에 대응하는 데는 국가영역과 민간영역이 구분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유명무실하다면, 국민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민간영역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영역을 이용해서 무임승차하려 한다. 스스로 무능력한 정부이고 무능력한 지자체라고 공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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