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과 물품 배송도 비대면 배송…혼밥·집콕 외식 늘어
배달·드라이브 스루 이용 늘어…시청·회사 구내식당, 개별칸막이 설치 운영
초·중·고교 개학 연기로 온라인 원격수업·비대면 홈스쿨링 확대

최기문 영천시장이 직원들과 함께 칸막이가 처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 아파트 12층에 거주 중인 A(37)씨는 최근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함께 타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어쩌다 먼저 탄 사람이 있으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낮은 층은 계단을 이용한다. 버튼은 팔꿈치로 누르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필수품이 됐다.

A씨는 “예전에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누군가 달려오면 문이 닫히지 않도록 기다려 드렸는데, 최근에는 문을 닫기 바쁘다”며 “미안하지만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라고 한숨지었다.

# 직장인 B(46)씨는 최근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실천 중이다. 타인과 가까운 자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데 다, 식사 도중 어디선가 헛기침 소리도 간간히 들렸기 때문이다. 간혹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하는 종업원까지 마주치기도 했다.

B씨는 “최근 동료와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가 찜찜함을 감추지 못했다”며 “되도록이면 도시락을 선호하게 됐고, 여건이 힘들 때는 드라이브 스루 주문 후 차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언택트’(비대면 접촉) 문화가 급증하고 있다.

종교 및 의료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밀접접촉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되면서 서로 마주 보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직장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선결제·비대면 배송, 혼밥, 드라이브 스루 주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 앞에 놓고 전화주세요.”

음식 배달과 물품 배송도 이른바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 같은 비대면 배송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우체국 소속 한 배송원은 “전에는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했지만, 지금은 주문 물품들을 현관 앞에 두고 초인종을 누르거나 ‘상품을 문앞에 보관하였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배송원은 “솔직히 코로나19 확진자 뿐만 아니라 자가격리 또는 의심증상자들이 자택에 머물 수도 있어서 배송할 때 마다 은근히 걱정됐는데, 비대면 방식이 서로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 중개 플랫폼 업체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도 ‘배달노동자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결제는 앱으로, 수령은 문 앞에서 하자’는 내용이 담긴 선결제·비대면 배송을 안내하고 있다.

외식이나 장보기를 피하면서 마트물품 배송은 더욱 늘어났다.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지 않은 노부모를 위해 ‘대리 쇼핑’에 나서는 자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홈플러스는 2월 한 달간 온라인몰에서 배송지를 일시적으로 변경해 주문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후인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배송지 변경 주문 건수가 직전 주보다 58% 늘었다.

온라인몰의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3% 증가했다.

현재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배송 주문은 최소 4일 내에는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마트 쓱배송과 홈플러스의 경우 9일 오후 주문했을 때 14일에나 배송이 가능했다.

홈플러스 죽도점 관계자는 “온라인 주문은 점포별 50~30% 증가세지만 배송 가능한 횟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폭발적으로 늘지는 못한다”며 “배송 예약에 실패한 고객들은 매장을 직접 찾아 식료품 위주로 빠르게 구입 후 돌아간다”고 소비자 패턴을 설명했다.



◇반찬 오염 우려에 혼밥·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가 식당 풍경도 바꿔놨다. 구내식당에서는 감염예방을 위해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포장이나 배달 주문만 받는 음식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코로나예방에 나서고 있다.

9일 영천시는 시청 구내식당에 칸막이를 설치했다. 앞서 지난 2일부터는 점심시간을 국별·인원별 직원을 3개 팀으로 나눠 구내식당을 이용하도록 해 왔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역시 지난주부터 구내식당 식탁마다 개별칸막이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포스코는 식탁 한쪽 줄만 사용토록 해 대면식사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아예 구내식당을 폐쇄하는 한편 도시락 배달 주문을 받아 각자 식사를 하도록 해 대면기회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시청 주변 식당 등 음식점들이 휴업함에 따라 직원들의 구내식당 이용이 증가하면서 직원 간 감염될 수 있는 환경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9일 식탁마다 칸막이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을 먹을 때 마스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혼밥이 좋고, 식당을 이용할 때는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하기·떨어져 앉기·식사 중 대화 자제 등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에티켓을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테이크 아웃(포장 판매)이 가능한 음식점에는 포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앞뒤 간격을 멀찌감치 두고 대기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구미지역 모 식당에서 쭈꾸미 요리를 주문 후 기다리던 한 손님은 “코로나 19로 인해 식당 홀에서 먹기는 부담스럽고, 배달예약을 하니 대기가 너무 길어 직접 사러 왔다”며 “다른 손님과 되도록 멀리 떨어져 기다리다가 음식을 받아 곧장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와 보니 포장은 드라이브 스루 주문만 받을 예정이라더라”며 “최근에는 매장 손님을 받지 않고 포장이나 배달만 하는 음식점이 점차 느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이브 스루가 있는 푸드 매장과 커피숍의 경우 매장은 텅텅 빈 반면 드라이브 스루 쪽으로는 차량이 길게 줄지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경우 1∼2월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한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고객이 등록한 차량 정보와 연동해 결제 수단 제시 없이도 사전에 등록한 스타벅스 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마이 DT 패스’를 이용한 주문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늘어났다.

스타벅스는 “현재 드라이브 스루 전체 차량 주문 가운데 마이 DT 패스를 통한 주문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개학 연기로 비대면 홈스쿨링 확대

초·중·고교의 개학이 미뤄지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형편에 맞는 학습 방법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가 크게 늘었다.

교육업체들은 화상 수업을 대폭 확대하고 비대면 교육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구시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휴원 중인 지역 사설학원에 대해 개학 연기 기간만 ‘비대면 온라인 교습’을 허용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대부분 학원이 장기간 휴원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습 요구도 잇따르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일명 ‘학습지’관련 교육계 역시 비대면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교원그룹의 학습지 브랜드 교원구몬은 2월 기준으로 자사 비대면 화상수업 ‘스마트 클래스’의 사용 회원 수가 전달 대비 228.9%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교원구몬 전체 회원 가운데 스마트 클래스를 사용하는 회원 비율은 1월 기준 6.3%에서 지난달 20.8%로 뛰어올랐다.

대교의 기존 비대면 교육상품인 ‘대교스피킹’(유선·화상 외국어교육)은 코로나19 발생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이용자가 65% 증가했다.

대구경북권 대학들은 개강 후 1~2주간 수업을 온라인 원격수업 등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애초 개강을 16일로 연기한 바 있는 대학들은 2주 더 개강을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학사 운영 차질이 우려되자 그 대안으로 온라인 원격수업을 택하고 있는 것.

한편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은 MOOC(온라인 공개 강좌)을 국내외 모든 대학에 공유하고 있다. 외부에 제한적으로 공개했거나 공개하지 않았던 강좌들을 포함해 총 57개 강좌에 달한다.

포스텍 김무환 총장은 “포스텍 특성상 이공계 과목에 집중돼 있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의 MOOC 콘텐츠 공유도 필요한 만큼 타 대학들의 관심과 참여도 필요하다”며 “대학들로 하여금 재난 상황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