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재인)정서’만 믿고 마구잡이 공천을 해도 무조건 찍어 줄 거라는 망상은 그만둬야 한다. 황 측(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과 김형오 위원장이 합작해 자행하는 양아치 같은 공천은 나뿐만 아니라 대구 공천에도 그 흔적이 역력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전 대표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를 비판했다.

같은 날 경남 양산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경쟁자 쳐내기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감(私感)이 겹쳐 저를 궁지로 몬 ‘막천’이고, 이번 공천은 원천무효”라고 했다.

홍 전 대표가 ‘대구 공천’을 특별히 언급한 것을 두고 무소속 출마지로 대구를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경북·대구(TK) 지역민들이 이번 통합당 공천에 불만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통합당은 TK 지역에서 현역의원 6명을 컷오프하고 지역에서 나름대로 기반을 다져 온 인물들을 배제한 채 유권자들에게 생소한 인물들을 이른바 ‘내려꽂기’했다. 이렇게 되자 곳곳에서 공천불복 재심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TK 지역민들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내려꽂기식’ 공천을 감내 했다. 하지만 이번 통합당 공천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지역민의 보편 정서다. 최소한의 염치도 명분도 없이 ‘중앙당 해바라기를 파종했다’는 말이 나온다.

오죽하면 “공천을 받으려면 서울부터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경북과 대구 사정을 모를 뿐 아니라 지역민들도 생판 얼굴을 모르는 ‘서울 TK’가 공천장을 쥐는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역의원 물갈이 폭이 커져 초선 의원이 많아지면 지역의 정치적 역량과 위상은 그만큼 낮아질 수 밖에 없다. TK지역 유권자들이 물갈이론을 지지해 준 것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코로나19 고난을 헤쳐나가고 있는 지역 유권자들에게 생면부지의 인물을 낙하산식으로 내던지면서 표를 달라는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홍 전 대표의 말처럼 통합당 TK공천은 ‘막무가내 공천’, ‘막가파식 공천’, ‘막장 공천’의 ‘막천’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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