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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의 I Love 미술] 사라질 위기의 ‘100년 고택’
[김진혁의 I Love 미술] 사라질 위기의 ‘100년 고택’
  •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 승인 2020년 03월 11일 16시 4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12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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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1990년대 초 YS정부시절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건물을 없애느냐 존치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였다. 당시에는 다크 히스토리를 간직한 일본 제국주의 상징건축물은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반면 몇몇 전문가와 필자의 소견은 달랐다. 경복궁을 가로막고 있는 돌로 부착된 르네상스풍의 이 건축물을 그대로 땅속으로 가라앉혀 보존하고자 하였다. 강화유리로 지표면과 투명하게 덮어서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광화문과 경복궁이 연결되고 미래의 후손에게 이 건축물의 아픈 역사를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의 건축물로서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을 것이다. 이어 교육적 효과와 관광자원의 중요한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여도 없앤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전국적으로 50년이 지난 100년 정도의 중요한 건축물은 근대문화재로 지정되어 다양하게 활용하고 보존하고 있다.

내가 사는 이곳 대구에도 많은 근대 건축물이 사라졌다. 어릴 때 본 유럽풍의 대구역과 시내 중심의 도지사 관사, 수많은 한옥과 일제 적산가옥들, 이 후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근대공간이 망실되었다. 그나마 겨우 몇 개의 근대건축물로 근대골목투어를 만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요즈음은 SNS를 통하여 스토리와 콘텐츠만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달려간다. 필자도 군산의 근대가옥지역, 서울의 서촌과 북촌 그리고 성북동 등 여러 곳을 자주 답사 하였다.

대구 이천동 학강미술관 전경

현재 학강미술관도 약 100년 세월을 간직한 유럽과 일본식이 절충된 목조 시멘트 건축물이다. 일본인 마치다가 1903년에 대구에 정착하여 약국과 사업을 일으켜 여름용 별장으로 지은 주택이다. 그 시절 영선못과 일본군 80연대가 바라보이는 마태산 전체를 마치다별장이 에워싸고 있었다.

광복과 더불어 마치다는 귀국하였고 동경음악학교를 졸업한 근대음악가 권태호 선생이 1947년 이곳에 최초의 대구음악원을 개설하였다. 작곡가이며 성악가인 권태호는 ‘나리 나리 개나리’로 봄나들이를 작곡한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미군정시절 대구 6연대 반란사건으로 이곳이 미군정청에 접수되었다. 시간이 흘러 1977년 필자의 선친이 매입하게 되어 온 가족이 살게 되었다. 당시 미술대학에 다닐 때라 근대건축에 관심도 갖게 되고 마당이 넓고 오래된 목조 주택이 나름 운치도 있었다.

20년 전부터 이곳을 고미술전문 공간으로 만들고자 계획하여 2016년 가을에 학강미술관으로 오픈하였다. ‘추사와 석재를 품다’로 시작된 특별전은 봄과 가을에 일반에게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여 대구의 간송미술관인 학강미술관이 알려지게 되었다.

대구 이천동 학강미술관 후경

‘2017 극재 정점식 100주년 전’, ‘2017 고려불화-염원의 접점’, ‘2018 조선보묵 500년’, ‘2018 금강산에 호랑이 어흥’, ‘2019 대한민국 고택에서 펼치다’, ‘2019 추사 김정희와 그 문파들’ 등 중요한 전시를 가져왔다. 많은 관람객이 왔다. 멀리 일본관광객도 몰려왔고 서울, 부산에서도 관심 있는 고미술애호가들이 다녀갔다. 개인이 수천 점의 콜렉션으로 이룬 값진 성과를 인정하였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재개발지역에 포함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름하여 이천동 문화지구의 경계지대에 위치한 학강미술관을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대구시청과 남구청에 진정도 해보고 언론사에도 문의하였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최근에 이천동 문화지구 이곳은 많은 주민이 이사를 가고 현재는 폐허가 된 동네로 되어 왔다. 근대음악가 권태호의 대구경북 최초의 음악원자리와 현재의 학강미술관으로서의 역사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행정당국과 이천동문화지구 재개발조합 측에 거시적인 혜안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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