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11일(0시 기준) 242명 늘어 모두 7천755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131명까지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 증가 폭이 하루 만에 100명 이상 많아져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보험사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에서만 52명의 확진자가 추가됐고, 경기와 인천에서도 각각 12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시시각각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구로콜센터 관련 서울 지역 확진자만 6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고, 다른 지역까지 포함한 전체 확진자는 93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상황이 대구·경북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자칫하면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엄중한 인식으로 대응에 조금의 빈틈도 보여선 안 된다.

수도권은 인구 규모가 2천600만명에 달하는 데다 거주와 생활이 밀집 형태로 이뤄져 집단감염 위험이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특히 구로구 콜센터가 입주한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주변은 지하철 1호선 구로역과 신도림역 사이에 있어 ‘더블 역세권’으로 불릴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는 점은 더욱더 우려스럽다. 사통팔달이라고 할 정도로 이 일대를 지나는 버스 노선도 많아 콜센터 확진자들의 거주지가 최소한 23개 시·군·구에 퍼져 있다고 한다. 확진자 가운데는 지난 4일부터 증상을 보인 경우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수의 상담원이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밀접접촉자 확인이 어려운 대중교통을 이용해 며칠씩 출퇴근했을 가능성이 높다. 감염 위협이 코앞까지 닥친 수도권 시민의 체감 불안도가 부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콜센터 상담원과 입주건물 이용자들에 대한 검진과 역학조사를 최대한 신속히 하는 동시에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방어막을 치는 게 급선무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콜센터처럼 많은 인원이 밀집해 근무하는 곳은 당연히 일반 직장보다 집단감염 위험이 훨씬 크다. 구로구 말고도 대구 콜센터 여러 곳에서 1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청주 홈쇼핑 콜센터에서도 환자가 발생한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통계청 집계로는 전국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종사자는 982곳에 7만6천여 명이라는데 실제로는 최소한 몇 배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콜센터는 독서실처럼 좁은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함께 근무하며 쉴 새 없이 통화한다. 코로나19 감염의 핵심 경로인 밀접 접촉과 비말 전파 요건을 다 갖춘 셈이다. 또한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이 쉽지 않다. 마스크를 쓰면 호흡에 차질이 생겨 상담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교대근무와 재택근무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인 상담원의 소득 문제가 걸려 있고 고객정보 유출 우려도 있어 도입이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에 민관 할 것 없이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서비스는 5명의 확진자가 나온 대구 콜센터를 폐쇄했고, LG전자는 전국 콜센터 6곳에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 금융감독원과 방송통신위원회는 금융사와 통신사 콜센터를 대상으로 긴급점검에 나서는 한편 ‘직원 간 띄워 앉기’ 등으로 업무공간을 최대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재택·유연·온라인활용 근무 방안을 담은 ‘밀집사업장 감염 관리 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코로나19 대응 주무기관인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는 재택상담을 추진한다. 스포츠센터와 노래방, PC방, 클럽, 학원 등도 비말을 통한 집단감염 위험이 큰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별한 관리가 절실하다. 비단 콜센터 같은 곳이 아니더라도 감히 안전지대라고 장담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당국이 아무리 철저한 방역체계를 가동한다고 해도 불필요한 외출 자제 등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보다 확실한 예방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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