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뒤죽박죽 별장이 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인을 숙주로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유행이라는 ‘팬데믹(pandemic)’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하고 있다.

사실 지구는 ‘바이러스 행성’이라 할만하다. 사람을 게놈(유전체) 기준으로 보면 인체와 바이러스의 연합체라는 것이다. 유전자의 10% 정도가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을 찾던 학자들은 유전자 탄생 이전에 지구상에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닌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인류의 씨 조상일지 모를 일이다.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치열한 전쟁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저항력을 키워왔다. 바이러스라는 명칭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남성의 정자’와 ‘뱀의 독’. 다시 말해 생명과 죽음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항상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약한 바이러스 코로나19가 기세등등 독을 퍼뜨리며 인간을 숙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과 이탈리아,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11일 현재까지 확진자가 1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가 4279명이나 된다. 한국에서도 확진자 7755명에 사망자가 61명이나 된다.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로 지구인들이 잔뜩 위축되고 있다.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확진자가 나온 대구와 경북 지역 주민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사실상 스스로 자가격리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민들은 감염 확산으로 인한 공포감과 지역에 대한 폄하와 질시,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지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blue·우울감)’를 호소하며 정신건강 상담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구사태’니 ‘신천지사태’니 하는 사이비 정치 모리배들의 혐오와 분열의 헛소리는 코로나19보다 나쁜 정치바이러스다.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과 위로가 필요한 때다. 이번에도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한판 승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오히려 인류가 새로운 생존에 필요한 저항력을 기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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