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때 수확 못하는 답답하고 너무 힘들다"

11일 포항 연일읍 시금치,부추 재배 비닐하우스가 코로나 19 여파로 활기를 띄지 못하고 조용한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제철 맞은 농특산물 판매 또한 급감해 농민들 가슴에 멍이 들고 있다.

11일 오전 10시께 경주시 강동면 안계저수지의 한 미나리 농장.

여성 3명이 미나리를 다듬고 있지만 힘이 없어 보였고, 오랜만의 손님이어서인지 반갑게 맞이했다.

한 여성은 “2~3월에 주로 생산되는 미나리는 지금이 피크(최절정기)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삼겹살 고깃집이나 일반 식당이 다 안되니 덩달아 손님이 없다”며 “지난해에는 하루 백 명도 훨씬 넘게 미나리를 사 갔는데, 지금은 열 명도 오지 않고 있어 최소한만 생산한다”고 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판매 부진으로 출하를 포기한 미나리가 웃자라 쓰러진 채 대부분 방치돼 있었다.

11일 오전 경주 강동면 안계저수지 인근 한 미나리 하우스농장. 코로나19여파로 출하를 포기한 미나리가 웃자라 쓰러지고 방치되어 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미나리 주산지로 유명한 청도군의 경우 최근 1개월간 평년 대비 판매량이 80%나 급감한 것으로 경북도는 집계했다.

도내에는 전체 194㏊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데, 이 가운데 청도서만 380호 146㏊를 키워 대부분을 차지해 특히 피해가 크다.

같은 날 오후 찾은 포항시 남구 연일읍 들판의 시금치·부추 농가도 한숨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가격은 하락했고, 판로 확보 및 일손 구하기 난항 등이 겹쳐 복합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연일에서 난 부추와 시금치는 서울농수산물시장서 지난해 이맘때는 한 단에 2000원에 출하됐다. 하지만 올해는 현재 부추 1200~1400원, 시금치 500~600원 선에 그치고 있다.

김종규 연일형산작목반 회장은 “한창 일을 할 시긴데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국으로 귀국해 버렸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꺼려 작업하는 것이 어렵다”며 “제 때 수확하지 못하니 상품성 하락과 판매 부진에 자잿값·인건비는 계속 올라 메르스 등 다른 어떤 위기 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농민은 “5일 장이 모두 폐쇄돼 소매 판로도 막혔고, 학교개학도 연기돼 급식으로 나가는 물량도 없다”며 “농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하는데 언제 마스크를 사러 갈 수 있겠나”고 하소연했다.

포항시에서는 2018년 기준 시금치가 341호 농가가 183㏊에서 2778t을 재배했으며, 부추는 290호·174㏊·7533t을 키우고 있다.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생산되는 포항 죽장면 고로쇠 농가도 판매 부진에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달 말 찾은 포항 죽장면의 한 고로쇠 판매대가 구매하려는 사람없이 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14일 개최 예정이던 ‘제18회 죽장고로쇠축제’가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일찌감치 취소됐다. 죽장고로쇠영농조합법인측은 매년 축제에 1만5000명 가량의 관광객이 몰려 2만ℓ의 고로쇠가 하루 만에 팔려 홍보 및 판매에 큰 도움이 됐는데 올해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나들이객이 줄고, 외부 활동도 자제하면서 산림조합 등에 위탁 현장 판매하는 매출도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죽장고로쇠는 매년 70여 농가에서 한 해 평균 20만ℓ를 생산돼 농가 소득을 올려 주는 효자 특산품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적은 강수량과 따뜻한 날씨로 12만ℓ만 생산됐고, 올해도 이상 고온으로 15만ℓ생산이 예상되지만 판매는 현재 생산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했다.

손두호 죽장고로쇠영농조합 사무국장은 “코로나 19 여파와 축제 취소로 확연히 판매가 줄었다”며 건강에 좋은 고로쇠를 드시면서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어려운 이 시기를 넘기는데 함께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한편 경북도는 미나리 외에도 최근 1개월 동안 딸기가 39.7%, 참외가 36.7% 정도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민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경북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동향에 대한 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도와 안동지역 카드매출이 지난해 대비 각각 47%, 38% 감소할 만큼 농가 등 민생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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