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오는 4·15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 맞붙을 이낙연 전 국무총리 겸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정치개혁연합이 만든 비례당 참여를 두고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라며 참여에 동의하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의 헤게모니를 쥐어야겠다는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한 것이다.

국무총리를 지내고 차기 대권의 꿈을 꾸고 있는 이 전 총리가 꼼수의 정치를 양심의 가책 없이 해치우려는 욕심과 정신세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취임사의 말이 ‘씨앗’이 되어 지금 국민은 몸서리치게 이 말의 실제 상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 며칠 전까지 이 나라의 총리를 한사람이 정도(正道)가 아닌 꼼수를 사용해서라도 정권의 주도권을 쥐어 보겠다는 속셈에 아연해 질 수밖에 없다.

언론인 출신의 이 전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 4선에 전남도지사를 거쳐 총리까지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았으면 정치의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전 총리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인 생활을 ‘나에게만 득이 되면 꼼수와 반칙을 하더라도 괜찮다’는 이기주의의 인물이었는지 묻고 싶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전 총리의 이 발언을 두고 “본인의 철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이 분 윤리의식도 문제지만 친문(親文)한테 묻어가려고만 하는 걸 보니 애초에 대권주자 할 그릇이 못 된다”고 힐난했다. 진 교수는 또 “그냥 총리 하다가 대통령 하러 정치판으로 내려왔으면 자기 ‘메시지’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그게 없다. 그냥 무색, 무미, 무취”라며 “고작 양정철(민주연구원 원장)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한다”고 꼬집었다.

흥선대원군이 둘째 아들 ‘희’를 철종의 후사로 세우기 위해 당시 절대권력을 쥐고 있던 안동 김문(金門)의 김수근(이조판서)과 두 아들 김병학, 김병국(영의정, 좌의정 역임) 형제에게 ‘김문의 개(犬)’라는 말까지 듣는 홀대와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끝내 아들을 왕(고종)으로 앉혔다. 그렇게 앉힌 왕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지금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자천타천 오르내리는 인사들이 PK친문, ‘이니’세력, 진보단체들로부터 눈도장을 받기 위해 국가 재정과 대다수 국민의 의중과는 안중에도 없는 희한한 퍼포먼스 성 발언들을 쏟아 내고 있다.

지난 8일 김경수 경남지사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 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9일 페이스북에 “김경수 지사님의 100만 원 재난기본소득 제안을 응원하며 전 국민 기본소득의 길을 열어가는 데 함께 하겠다”고 적었다. 올해 정부 총 예산 513조5000억 원의 10%에 해당하는 51조 원을 국가 곳간에서 빼내 국민 머리 숫자대로 나눠 주겠다는 발상은 포퓰리즘의 극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빠질 수가 없다는 듯 두 달간 생활비 총 60만 원을 지원하는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이뿐인가. 이 경기지사는 지난달 24일 이만희 신천지총회장도 코로나 검사를 강제로라도 시켜야 한다며 공무원 40명을 데리고 밤중에 신천지 과천본부에 출동을 했다. 이 퍼포먼스로 대권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여론조사가 있자 이 지사는 지난 8일에는 “종교집회 전면 금지에 대한 긴급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종교 집회에 대한 찬반 여론이 들끓자 경기도는 “일단 이번 주까지는 예배 등 종교집회를 중단하라는 권고만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것 또한 코로나를 이용한 국민적 관심 모으기 제스추어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대권에 꿈을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1일 이만희 신천지총회장을 살인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러듯 민주당의 대권 예비주자들의 경쟁적 포퓰리즘이 도를 넘어 서고 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대권’ 두 글자로 꽉 차 있는 듯하다.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 또 어떤 대상을 재물로 삼아 ‘촛불의 힘’이라도 얻고 싶은 것일까.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으면 벌레가 우글거리는 물을 확대경을 확 부숴버리고 벌컥벌컥 마셔라. 그것이 인생이다”고 했다. 벌레가 든 물을 마셔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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