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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아마존이 지식재산권 분쟁 해결에 소극적인 이유
[아침광장] 아마존이 지식재산권 분쟁 해결에 소극적인 이유
  • 하윤 케인 변호사
  • 승인 2020년 03월 12일 16시 4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13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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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변호사 (blog.naver.com/browniejj )
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지난 2019년, 아마존이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가 되었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이제 아마존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 만큼 무수히 많은 제품을 판매한다. 아마존에서 온갖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마존 플랫폼에 물건을 판매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회사 덕분이다.

아마존 셀러들이 가장 우려하는 일 중 하나는 판매 계정이 정지되어 더 이상 아마존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셀러 계정이 정지되는 이유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침해다. 상표권이나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소유자가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아마존에 알리면 아마존이 내부 검토 후 침해자의 판매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판매자들은 아마존에 판매 송장을 제시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 제품인지 몰랐다고 읍소하기도 하지만 아마존은 묵묵부답이다. 아마존이 이렇게 비협조적인 이유는 이베이 때문이다.

아마존이 미국 이커머스의 공룡이 되기 전, 작은 기업이나 개인이 선호하는 플랫폼은 이베이(eBay)였다. 이베이는 중고품 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한 회사로 성장을 거듭하며 새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가품을 파는 사람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가품은 이베이 뿐 아니라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한 여러 회사에도 골칫덩어리였다. 그 중 참다 못한 티파니가 이베이를 상대로 상표침해 소송을 건다. 이베이가 가품이나 상표침해 제품 거래 사실을 알고도 방관했기 때문에 상표 침해에 책임지라는 주장이었다. 티파니는 이베이측이 자사 플랫폼에서 가품 거래가 빈번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식재산권 침해라고 했다.

법원은 이베이가 직접 티파니 가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며 일부 비윤리적인 판매자들의 행동이었기 때문에 이베이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베이가 주기적으로 위조품 판매자를 퇴출한 것도 책임을 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베이는 200명 이상의 정규직원을 고용하고 연간 약 2천만달러를 들이며 위조품 퇴출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법원은 이베이에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 운영자가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불법 복제품이나 상표침해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베이는 개별 상품에 대해서는 각각의 침해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이베이가 개별 상표 침해 사실을 알았다면 셀러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졌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이 지식재산권 문제에 절대 직접 손대지 않는 이유다. 아마존 측에서 한 회사의 말만 듣고 계정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소송의 당사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작은 회사보다는 지갑 사정이 두둑한 아마존에서 높은 합의금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상표권자는 최대한 아마존을 법정으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 뻔하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베이와 티파니 소송은 2004년에 시작되어 2010년이 되어야 막을 내린다. 그리고 일주일 전, 미국 하원에서는 이 판결을 참고하여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운영자가 위조품 판매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에서다.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한 회사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뉴스지만 아마존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법이다.

그렇다면 아마존 셀러들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까? 다른 회사 제품을 파는 것은 어차피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 고부가가치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회사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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