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깨만이 돼서 거리에 넘친다
버스 기사님이 어깨만이 돼서 우리를 싣고 달린다
연인들이 어깨만이 돼서 타박타박 걸어간다

이 거리는 어깨만으로 남아 서 있다

사람들이 어깨만이 돼서 부딪쳐 간다
버스 기사님이 어깨만이 돼서 우리를 버리려 달려간다
연인들이 어깨만이 돼서 넘어져 간다

이 거리는 어깨만이 남아 짖는다
어깨 너머 잊힌 달이 헐떡거린다

이 어깨에는 그림자가 없다



<감상> 일본 시인이 한국어로 쓴 마지막 시집이 『입국』이다. 아름다운 시어와 참신한 이미지들이 돋보이는 시집이었다. 인적이 많은 거리를 다녀 보면 내 어깨가 부딪친다. 특히 서울은 어깨와 등만을 보여준 채 서둘러 자신의 길만을 걸어간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므로 사람 사이의 관계가 부딪치고, 넘어져 가고, 버려둔 채 달려간다. 따뜻한 햇살이 없으니 그림자가 생길 리가 없고 어깨만 남아 부르짖는다. 어깨 너머 잊힌 따뜻한 정과 소통과 리더십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서로 어깨를 껴안고 함께 갈 수는 없나.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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