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8년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에 흑사병(페스트)이 돌았다. 흑사병이 발생한 1346~1353년 사이 유럽 인구 7500만 명 중 3분의 1이 사망했다니 2500만 명이 죽은 셈이다. 얼마나 심각한 전염병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최악 시나리오의 경우 미국에서 1억6000만∼2억1400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학계 전문가와 비공개로 논의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의 모델분석 결과를 입수해 이같이 전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한다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이들은 20만∼17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다.

유럽에 흑사병이 번져 25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떼죽음을 당한 지 7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인류는 여전히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하고,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들로 의료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5일 오후 4시 현재(한국시간)까지 2만1157명이다. 사망자가 중국(319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441명이나 된다.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이처럼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2.6%(2018년 기준)인 초고령 사회다.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코로나19로 이탈리아에서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진들이 ‘선택적 진료’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생존 가능성이 큰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80~95세의 호흡기 질환이 심한 노령 환자는 전용 병실에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치료 대상을 선별하는 ‘윤리적 선택’의 기로에 선 것. 효(孝)를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설화로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는 고려장’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5일 오후 4시까지 확진자가 8162명에 사망자가 75명이나 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다잡아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