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다. 자신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정당투표를 몰아줄 계획이다. 미래한국당이 연동형 상당 부분과 병립형 일부를 확보하게 한 뒤, 자당과 합당하여 원내 제1당이 되려는 목적이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을 ‘위헌 정당’ ‘꼼수 정당’이라고 비난하다가, 태도를 바꿔 진보시민단체가 창당하는 비례정당에 참여하기로 했다. 민주연구원이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미래한국당 25석, 민주당 6~7석, 정의당 9석”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외 몇몇 군소정당도 민주당이 선택하는 위성정당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래한국당으로 인해 그들에게 돌아올 비례의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위성정당 문제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규정한 선거법 때문이다. 21대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선출하는데, 비례대표 중 30석은 정당득표의 50% 연동률로 선출하고 17명은 득표율에 따라 배정된다. 어떤 정당이 지역구에서 120석을 당선시키고 40%의 정당득표를 획득한다면, 전체의석 300석의 40%인 120석에 도달하므로 연동형 비례대표를 배분받지 못한다. 병립형에서 득표율에 따라 7석 정도 얻는다. 거대 정당이 연동형에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하지만 위성정당에 정당투표를 몰아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위성정당에는 지역구 당선자가 없으므로, 득표만큼 연동형뿐만 아니라 병립형 의석까지 챙길 수 있다.

선발 주자는 미래통합당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비례대표 당선자를 상당수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외적으로 4+1 체제가 통과시킨 불완전한 선거법에 대한 저항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자신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연동형에 할당된 의석 중 상당 부분을 가져오게 하려는 의도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행태를 비난하고만 있으려니, 연동제에서는 0석 병립형에서 7석밖에 얻지 못할 상황이다. 따라서 외적으로 미래통합당의 꼼수에 맞서는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연합에 연동형으로 다수 의석을 내주고 치르는 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생각에서 내린 판단이다.

선거는 경쟁 관계에 있는 정당과 후보자가 제시하는 대안 중 국민이 하나를 선택하는 제도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은 이념, 노선, 정책을 비교 평가하여 자신을 가장 잘 대변할 것 같은 정당에 투표하여 비례대표를 선출한다. 정당의 선호를 고려하면서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기준으로 지역구 후보자를 선택한다. 그런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대안이 아니라 불완전한 선거제도를 악용하여 승리하려 한다. 민주당은 보수세력에 비례의석 다수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같은 행동을 한다. 미래통합당이 현행 선거법에 맞서는 행동이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선거제도의 훼손을 덮을 수 없다. 현행 선거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스스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는 꼴이다

민주당이 야 4당과 함께 통과시킨 선거법이 문제이다. 정의당을 비롯한 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가 되면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수용하면 자신의 의석수가 줄어들지만, 대통령과 자당의 공약인 공수처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야 4당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두 세력 간 정책교환이 급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위성정당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미래통합당도 책임을 벗을 수 없다. 우군을 확보하여 과거 선거법을 사수하거나 연동형비례대표제 안에서 자신의 의사 일부를 관철해야 했지만, 의사결정을 거부하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했기 때문이다.

위성정당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려는 행위는 선거제도의 본질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므로 누구의 주장이 정당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 두 거대 정당은 국민의사의 왜곡은 생각조차 않은 채 선거승리에만 매몰되어 있다.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정당도 군소집단에 불과해 이를 바로잡을 역량이 없다. 시민사회단체도 양분되어 있다. 남은 건 국민이다. 편법이 설 수 있는 공간을 없애버려야 한다. “위성정당에 투표하지 마시라”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이외 선택할 정당이 없다면 기권하시라” 동반자가 되어야 할 보수와 진보정당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과거 병폐로 치부한 지역감정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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