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조각·회화 등 100여 작품 전시…원숭이 등 친숙한 동물 소재로 다뤄

주후식 ‘French Bulldog’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병포리, 가동이 중단된 공장에 구룡포 예술공장이 들어섰다. 지난 40년간 냉동공장으로 사용했던 이곳은 오·폐수 악취 등의 환경문제 발생으로 지역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다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에 금산갤러리는 아시아 아트넷 위원회, (주)프런티어와 뜻을 모아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019년 10월 문화예술공간인 예술공장을 열었다.

오래된 수산물 냉동창고를 개조해 대규모 전시장으로 변신한 경북 포항 구룡포예술공장이 지난 10일부터 ‘친숙 함의 이면’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월 개관전 ‘예상치 못한 조합’이후 열리는 두번째 전시로 도예,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주후식, 하효진, 박준상 작가의 작품 110여점을 관람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제는 ‘동물’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 원숭이, 물고기, 새 등 다양한 동물들이 소재로 다뤄졌다. 주후식 작가의 개는 귀여우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돼 보는 이로 하여금 소장 하고픈 충동을 불러 일으키며, 동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박준상 작가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상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효진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해파리들은 마치 심해 속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전해 준다.
주후식 ‘Dachshund’
주후식 작가는 외관상 개를 소재로 한 것이지만, 사실은 개를 통해서 인간, 인간의 삶, 사회, 존재를 이야기 한다. 동물의 눈에 비친 인간세계를 풍자한 조지 오월의 ‘동물농장’과 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개를 소재로 한 현대판 우화인 것이다. 그는 외관상 귀엽고 예쁜 개들을 통해서 그 인상과 반응, 입장, 태도의 이면에 가려진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폭로하고 풍자하는 역설적 표현을 하고자 했다.

하효진 작가의 ‘치명적 덫(Fatal Hook)’시리즈는 우연히 들여다본 활어수족관에서 시작됐다. “여유롭게 헤엄치며 다니는 활어들의 모습에서 조형적 아름다움을 찾았지만, 좁은 틀에 갇혀 정해진 운명을 따라야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삶의 유한성과 연민을 느꼈다”고 작가는 말했다.

죽을 운명에 처해진 수족관 속의 물고기를 통해 인생의 허무와 연민을 느낀 작가는 또 다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작업으로 옮긴다. 오로지 먹으로만 그려진 활어들은 모두 화석처럼, 또는 과거의 기억처럼 흑백으로 제시되고, 이와 반대로 화려하게 채색된 낚시 바늘에서는 죽음의 불가피성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인간이 만들어낸 차가운 이미지의 기계를 동물에 결합시킨다. 어떤 면으로 보자면 보완적이고도 진보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며, 또 어떤 방향으로 보자면 분해된 해체적 심상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런 양분화된 느낌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라 생각한다”는 박준상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들의 화려한 색상 이면으로 기계적이며 차가운 동물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비단 동물과 인간만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준상 ‘A Sense of Distance’
박준상 ‘Dear Deer’
박준상 ‘Scientific Name’
주후식 ‘Basset hound’
주후식 ‘French Bulldog’
하효진 ‘부유’
하효진 ‘부유(浮流) 2019’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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