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에스포항병원 소화기내과 진료과장.
이상원 에스포항병원 소화기내과 진료과장.

43세 남성이 한 달 전부터 계속되는 하복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간헐적인 통증이 반복되며 점차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대장 내강을 거의 막고 있는 궤양성 종괴가 관찰됐다. 이어진 조직검사에서는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57세 여성이 3개월 전부터 지속되는 변비 증상으로 내원했다. 육안적인 혈변은 없다고 했으나, 배변한 이후에도 아랫배가 시원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지 5년여가 지났으며 장 정결제를 먹는 게 힘들어 그동안 검사를 미뤄왔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에서 대장의 내강을 반 이상 막고 있는 큰 종괴가 관찰됐고, 직장암으로 진단됐다.

이렇듯 다양한 연령에서 다양한 복부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중 대장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 주요 암종 발생자 수 위암에 이어 대장암이 2위를 차지했다.

2017년 암종 별 사망자 수도 대장암이 3위에 올랐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 2012년 184개국 암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장암 발병 인구가 10만 명당 45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장암은 대장 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반복적인 혈변, 변비와 같은 배변 습관의 변화, 가는 변, 변을 보고 난 후에도 대변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 복통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빈혈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대장암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증상만으로 대장암을 정확히 구분할 수 없다.

게다가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대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전혀 없다.

대장암은 95% 이상이 대장용종이라고 하는 작은 혹이 자라서 발생한다. 대장암의 씨앗이 되는 작은 혹인 대장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대략 3~10년 정도 걸린다. 따라서 대장용종을 일찍 발견하고 미리 제거한다면 대부분의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셈이다.

대장내시경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천공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성과 장 정결제 복용의 번거로움과 같은 단점이 있다.

하지만 대장암 및 대장용종의 진단율이 높아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장용종을 발견 시 바로 제거함으로써 대장암 예방까지 가능하여, 결국 대장암 발생률 및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대장암 검진의 선별검사 대상자로서 50세부터 분별잠혈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권고안에서는 5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2015년 국립암센터 대장암 검진 권고안 및 2018년 미국 암학회(ACS) 지침에서는 45세 이상부터 선별검사 대상자로 정했다.

따라서 50세부터는 국가 대장암 검진 분별잠혈검사에서 정상(음성)으로 나오거나 비록 어떤 증상이 없더라도 대장내시경검사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고, 3~5년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대장암 예방법으로는 육류 및 육가공품 섭취 제한, 음주 제한, 식이섬유 섭취, 우유 및 칼슘 섭취와 같은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적정 체중 유지 등이 있다.

세계 암연구재단(WCRF) 및 미국암연구협회(AICR)의 보고에서는 붉은 고기 섭취 제한 및 육가공품 섭취 제한을 권고하였다. 식이섬유 섭취는 대장암의 위험도를 43~50% 정도 낮추며, 곡류나 과일보다는 채소를 통한 섭취가 대장암 예방 효과가 크다고 한다. 우유 섭취와 함께 칼슘 보충제(하루 1000㎎ 이내) 섭취도 권장된다.

또한 운동을 포함한 신체 활동량이 많은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도를 30~40%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장암 예방에는 대장내시경검사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가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