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교수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고, 때론 불만의 대상이었지요.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불만의 대상이 아니라 배려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말은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이 한 말이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식당을 이용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술 취해 소란을 피우고, 아버지 같은 식당 주인이 보는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늦어져 식당을 찾는 학생들이 없어지니 그동안 학생들에게 고객 대우를 잘하지 못했던 것이 반성이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완치자가 확진자 수보다 많은 골든크로스가 발생함으로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한다. 그러나 대학가는 아직도 셧다운 상태다. 16일에 개학은 하였으나 27일까지 캠퍼스 수업을 하지 못한 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소비 주체인 대학생들의 부재로 인해 지역 경제의 문이 완전히 닫혀 버린 것이다. 소 잃고 난 후에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다시 소를 잃지 않는다. 늦었긴 하지만 자치단체와 대학가 주변인들이 대학생들의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의하면 2019년도 전국에는 약 340개 대학과 약 330만 명의 대학생이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180여 개 대학에 약 146만여 명의 대학생들이 있고, 전국 각 지역에 나머지 160여 개의 대학에 약 180만 명의 대학생들은 있다. 대학생들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지원을 포함하여 연간 약 20조 원 이상의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 등록금은 대학을 통하여 시설비, 실습 기자재, 인건비 등으로 소비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또한, 대학생들은 연간 약 15조 원 이상을 교재비, 교통비, 식비 등 소비 지출을 통하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대학생들이 소비하는 연간 약 35조 원은 우리나라 2020년 예산의 약 6.8%에 해당한다. 대학생들은 경제 주체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받지 못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던 시절, 최루탄 가스 때문에 대학가의 식당, 서점, 카페 등 많은 자영업점이 문을 닫아야 했다. 낮이면 대정부 투쟁을 하고, 밤에는 식당가에 삼삼오오 모여 일상에 버금가는 소비를 하였지만, 대학가 자영업자들은 대학의 학생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도 했다. 또, 다수의 지역민으로부터 “공부하기 싫어서…”, “뼈 빠지게 돈 벌어 공부시키는 부모 등골 빼 먹는 불효자들” 등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지역 경제의 견인차적인 역할로서의 예우를 받고 있는가? 그들에 대한 경제 기여도가 누군가에 의해 연구되거나 파악되고 있는가? 대답은 명쾌히 “아니다.” RISS에서 ‘대학생’, ‘경제’ 등의 검색어로 검색을 해보면, 대학생들의 소비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정도에 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자료에도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비롯한 소비와 생활비 등의 소비 지출이 지역 경제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 자료는 없다. 중요한 경제 주체 중의 하나이면서도 아직도 경제 주체로서의 역할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 규모의 자치단체들은 수도권 등 대도시에 학숙(대학생 기숙사)을 지어 지역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거나 장학금을 지원한다. 그런데 그런 지원을 받고 공부한 학생들은 출신 지역에 돌아오기보다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정착해 버린다는 측면에서 자치단체가 추구하는 인구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하겠다. 잠재적 주민이 될 수 있는 타 지역 출신으로서 자치단체가 소속된 지역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나 취업을 주선하는 자치단체는 거의 없다. 2년에서 4년간 자치단체에 머물면서 친 자치단체적인 시각이 형성된 잠재적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고 떠나버리도록 방치하는 것은 자치단체가 추구하는 인구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신입생 모집과 취업은 전적으로 대학의 몫이었다. 왜 그래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대학생들의 경제적 가치를 가벼이 여겼기 때문이다. 경북에 있던 K대학이 경남으로 이전했을 때 지역 경제가 어느 정도의 공황상태에 빠졌는지에 대해 경험한 자치단체나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 대학이 떠난 후 주변의 자영업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입주 학생들이 없어진 원룸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대학가는 마치 유령 도시처럼 변해 버렸다. 대학가에 투자한 모든 사람들은 빈털터리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고 말았다. 또 다른 지역의 한 국립대학이 대구에 있는 국립대학과 통폐합할 때 규모가 축소된 대학의 소재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반대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가치를 알고 먼저 외양간을 고치는 자치단체는 없는 듯하다.

출산율이 1%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학 진학 예정자의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미취업자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대학 진학에 대한 회의론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대학생들의 숫자는 놀라울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제 자치단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생들의 소비 성향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 소재 대학의 대학생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타 지역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학숙도 짓고, 장학금도 지원하고, 교통편의도 제공해야 한다. 문화거리를 조성하여 대학생들이 머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타 지역 출신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대학 소재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취업을 주선해야 한다. 신입생 모집에도 전 자치단체 주민이 앞장서서 도와줘야 한다. 소규모 자치단체일수록 지역 소재 대학생들은 황금알을 낳는 지역 경제의 주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