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작품 활동 후 등단 6년만

이소연 시인
포항 연일에서 나고 자란 이소연 시인(37)의 첫 시집‘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걷는사람)가 출간됐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이소연 시인은 등단 6년만에 출간한 이번 시집에서 유년기부터 겪어 왔던 ‘철’에 대한 상처와 치유를 이야기한다.

“나는 여섯 살에/철조망에 걸려 찢어진 뺨을 가졌다”(‘철’). 처음 얻은 상처 이후 그녀는 ‘철’의 폭력성을 일상에서 느끼고, 자신과 공동체의 상처를 내면화하며 점점 익숙해져 간다. 상처를 얻었을 때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는 봉합된 동시에 더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상처가 흉터로 남듯 폭력성은 기억의 밑바닥에 가라앉았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시인은 부당함과 폭력성에 침묵하면서 ‘철’의 변주곡에 의해 끊임없이 고통받고 머뭇거리고 신음하고 그것을 노래한다.

이소연 시인은 “바다와 제철소가 있는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어요. 첫 시집인 만큼 시작은 바닷가 근처 철조망에 걸려 볼이 찢어졌던 제 어릴 적 이야기부터 하고 싶었죠. 살을 찢는 철의 폭력성, 나아가 날카로운 세상에 방치되고 익숙해지며 생겼던 제 상처에 대한 이야기죠”라고 말한다.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표지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에는 수없이 상처받는 순간들이 기록돼 있다. 이 목소리는 특정 지역의 목소리가 아니라 더 넓은 세계 모든 여성의 목소리로 확대돼 간다. 국가를 넘어선 여성·약자들의 목소리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절규한다. 이 목소리는 최초에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던 순간을 되새기는 시간이며, 그 이후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된 철의 세계로부터 도망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

문보영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집 속에 등장하는 마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으로 상처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이 마을에는 시끄러운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이 마을은 “시끄러운 사람은 들어올 수 없으니까” 마을은 하나의 공동체이며 공동체가 기진 감싸 안음과 배척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못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다물어지지 않는 입’(‘접시는 둥글고 저녁은 비리고’)을 가졌다”고 말한다.

이소연 시인은 포항 연일에서 태어나 연일초, 영일중·고등학교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중앙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시인의 부친(父親)은 포항제철소 냉연부에서 근무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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