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고등법원 42호 법정에서 화상통화방식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고법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원격영상재판을 시행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18일 오후 1시 50분께 대구법원 제42호 법정. 법정 왼쪽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주심인 왕해진 판사의 모습과 원고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중원의 박영석 변호사, 피고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신라의 여인협 변호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목소리 잘 들리십니까” “대리인 간에 말씀도 잘 들리십니까” “얼굴도 잘 보이십니까”라는 왕 판사의 질문에 소송대리인들은 “네”라고 짧게 말했다. 양측 대리인들이 언론사 취재에 동의한 뒤에야 변론준비절차가 시작됐는데, 원고대리인이 영상화면을 통해 항소이유 요지를 설명했고, 추가 증인 신청도 했다. 피고대리인도 “원심판결을 유지해달라”고 반박했다.

대구 서구 내당지역주택조합이 2018년 8월 25일 임시총회결의에 의해 해임하기 전까지 조합장과 이사로 있던 3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는데, 해당 사건의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이 원격 영상재판으로 진행된 것이다. 대구에서는 최초의 사례다. 이날 법정에는 방청객 대신 언론사 취재진만 자리할 수 있었다.
 

18일 오후 대구고등법원 42호 법정에서 화상통화방식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고법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원격영상재판을 시행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왕 판사는 “다음 변론준비기일을 4월 22일 오후 4시 30분으로 잡는데, 영상통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 모두 몸 관리를 잘해서 다음 기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다”고 했다.

지난 4일 서울고법이 도입해 시행한 원격영상재판이 대구법원에서도 열렸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예방하면서도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 제도의 활용 필요성이 대두해서다.

영상통화 방식 변론준비기일은 법원이 제공하는 원격영상재판 앱을 설치한 후 지정된 시간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인터넷이 연결된 PC나 노트북, USB 웹 카메라 또는 노트북에 내장된 웹 카메라, 헤드셋이나 마이크와 스피커만 있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대구고법은 대구지방변호사회에 원격영상재판 제도의 취지와 참여절차 등을 안내하고, 쌍방 소송대리인이 동의해 원격영상재판을 신청할 경우 우선 진행할 계획이다. 재판부에서도 쌍방 소송대리인이 있는 사건 중 신속한 절차 진행이 요구되는 사건을 선정해 유선이나 서면으로 동의를 받은 다음 원격영상재판을 진행하고, 소송대리인이 없는 경우에도 양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희망하면 진행 여부와 진행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기진석 공보판사는 “시행 경과를 보고 다른 재판부에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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