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
그것이 늙은 우편배달부들의 결론,

당신이 입을 벌려 말하기 전에 내가
모든 말을 들었던 것과 같이

같은 계절이 된 식물들
외로운 지폐를 세는 은행원들
먼 고백에 중독된 연인들
그 순간

누가 구름의 초인종을 눌렀다.
뜨거운 손과 발을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계절로

단 하나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감상> 모든 결론은 이미 결정되고 배달되었다는 것인가. 늙은 배달부처럼 정해진 관습과 법칙에 따라 어김없이 배달해야 하므로 변화를 꿈꿀 수 없단 말인가. 같은 계절에 있어도 꽃 피는 시기는 다르고, 지폐 세는 은행원들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먼 고백으로 사랑을 유지하는 연인들도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 있지 않은가. 변화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미 늙은 것이고, 단 하나의 답장(주장, 결론, 사상 등)만 전하는 늙은 우편배달부가 된 것이다. 정말 잔인하지 않은가. 단 하나의 초인종이 아닌 여러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세상으로 가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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