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소리나 지껄이기를 하는 것을 두고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 한다. 원래 이 말은 불가에서 오묘한 진리의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언어의 길이 끊어진 곳’이란 의미의 ‘언어도단’은 부처님이 깨달은 법계는 너무나 심오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계란 뜻이다. 그래서 진리의 깨달음은 문자로 세우지 않는다는 ‘불립문자(不立文字)’와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경지가 바로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불가에서 오묘한 진리를 뜻하는 ‘언어도단’이 세속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나 짓을 일컫는 엉뚱한 의미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다. 전혀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는 언행에 대해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한다. 부처님께서 중생들이 언어도단을 타락된 언어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상심이 클 것이다. 하지만 언어도단이 판치는 곳이 대한민국 정치판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언어도단의 짓거리를 밥 먹듯 하지만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맹자는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양보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실천도덕의 근간으로 제시했다. 이 네 가지 중 특히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극언했다.

“수치심이 없는 사람은 양심도 없다”는 말이 있다. 남의 허물만 탓하고 정작 자기 허물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후안(厚顔)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국민이 부지기수다. “우리 전통문화에선 부끄러움을 바른 행동으로 옮기는 길잡이로 삼았지만 요즈음 지도자들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뻔뻔함으로 버티는 경향이 짙다. 수치심 불감증은 정치인들이 심한데 부끄러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움’이란 책을 낸 이호영 전 아주대 총장의 지적이다.

체면도 자존심도 팽개친 여당의 후안무치가 정치와 정치판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미래한국당에 대해 “쓰레기 위성정당”이라고 비난하던 여당이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참여를 결정, 자기들이 쓰레기 정당임을 자인한 꼴이 됐다. 총선에서 ‘후안무치’를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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