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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친서', 북미대화 복원 위한 실마리 되길
트럼프 '대북 친서', 북미대화 복원 위한 실마리 되길
  • 연합
  • 승인 2020년 03월 22일 17시 3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23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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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22일 드물게 담화를 내고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친서를 보낸 시점은 특정되지 않았으나, 어찌 됐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김 위원장 생일 때 친서를 보낸 이후 두 달 남짓 만에 또다시 대화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이번에 주목할만한 부분은 트럼프가 북미 관계 추동 구상을 설명하면서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북한에 협조할 의향을 전달했다는 대목이다. 지난해 하노이 ‘노딜’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 진전을 위한 특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을 대화 복원의 매개체로 활용할 의중을 드러내서다. 협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딱딱한 외교ㆍ정무적 자리를 피하고 당장 발등의 불인 코로나 방역을 연결고리로 자연스럽게 북미가 손발을 맞출 기회를 찾아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코로나 방역 협력 문제는 문재인 정부도 이미 두어차례 북한에 제의했던 사안이다. 북한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정부의 부분적인 참여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코로나 19 진단 능력과 방역 관리 수준이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는 상황이어서 그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북측에 전수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설령 우리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을 하지 못하더라도 미국을 통한 우회적인 지원 가능성도 시도해 봄 직하다. 다만 문제는 북한의 태도일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 19 확산 초기에 일찌감치 북ㆍ중 국경을 폐쇄했고, 지금까지 자국내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만약 실제로 북한이 코로나 19의 ‘청정지역’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방역 제의는 생뚱맞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역병이 돌지도 않았는데 미국의 내민 손을 덥석 맞잡는 것은 어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반대로 대외적 주장과 달리 북한에 코로나 감염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면, 확진자가 없다고 큰소리쳐온 북한 정부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체제 안정과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미국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코로나 방역을 고리로 한 북미 접근 가능성을 작게 보는 여러 가지 정황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코로나 확산 문제로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친서를 보내고, 이를 다른 사람도 아닌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형식으로 확인했다는 것은 유의미하다. 양국이 완전히 등을 돌린 ‘대척 관계’는 아니라는 뜻이어서다. 서로 대화복원을 위한 명분과 실리 찾기를 계속 저울질하고 있고, 상대방 의중의 적극적인 탐색을 위해 친서 전달과 담화 화답이라는 고전적인 외교 행위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점 또한 고무적인 신호다. 이번 주말을 포함해 최근 들어 북한이 김 위원장의 참관하에 동해상으로 여러 발의 발사체를 쏘아대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양국이 대놓고 으르렁대기보다는 물밑에서 교감의 주파수를 맞추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적어도 관계진전을 향한 희망의 끈은 끊어지지 않게 된다. 다만, 김여정 제1부부장도 담화에서 지적했듯이 양국 관계는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에만 의존해서는 풀릴 수 없다. 북미 간 톱다운 방식의 일괄타결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교훈은 두 차례의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 북한은 그 실패의 원인을 양국 간 ‘공정성과 균형’의 결핍에서 찾고 있다. 공정성과 균형의 핵심은 북미가 각기 얻고 잃는 것, 다시 말해 주고받는 것들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동일한 정치·외교적 크기와 무게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런 북한의 근본적인 요구에 대해 주저 없이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북미 관계의 복원도 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단순히 정상 간 친분을 재확인하는 또 다른 일회성 이벤트 수준에 머문다면 당분간 양국관계의 교착상태는 지속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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