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석연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미래통합당이 포항북 김정재 국회의원과 경주시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 확정을 보류하면서 포항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통합당 최고위가 지난 23일 당 공관위가 제출한 후보군에 대해 의결하면서 포항북, 경주시 후보들에 대해서는 보류 결정을 내리자 포항지역 정가는 물론 일반 유권자들까지 사태 파악에 나섰다.

특히 경선까지 치른 선거구에서 공천 확정을 보류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경선 결과까지 번복하고 통합당이 새로운 후보를 물색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까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포항남·울릉에서 공천 배제됐던 박승호 전 포항시장과 영덕·영양·봉화·울진에서 공천 배제됐던 강석호 국회의원 등 언제든 출마 가능한 후보군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당초 24일 오전 11시 포항남·울릉 무소속 출마기자회견을 갖기로 했었으나 23일 통합당의 공천보류소식이 전해지자 늦은 밤 긴급히 연기한다는 통보를 보냈다.

박 전 시장은 지난주 포항남·울릉 선거구 경선 후보에서 제외된 뒤 곧바로 공천 재심사를 청구하는 한편 무소속 출마 결의를 다져 왔었다.

이런 가운데 포항북 선거구 공천보류 사태가 빚어지자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 측은 “공천 재심사를 청구해 놓은 상태에서 23일 공관위와 최고위의 상황이 크게 바뀌어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심 포항북 상황에 변화가 올 경우 선거구를 옮기는 상황까지 지켜보겠다는 배경도 깔린 것으로 추측된다.

강석호 의원 측도 포항북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 측은 영덕·영양·봉화·울진 선거구 공천배제 이후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지난 주말까지 포항남·울릉 및 포항북 선거구 출마를 검토해 왔었다. 그러나 포항남·울릉 선거구에서 박승호 전 시장이 워낙 강하게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치고, 포항북 역시 김정재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자 일단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김정재 의원 공천보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 측은 영덕·영양·봉화·울진에서 3선을 지냈지만 생활 터전이 포항이었고, 그동안 꾸준히 포항지역에서 활동해 왔던 터라 인지도와 지지세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특히 강 의원 측이 최근 포항지역 여론까지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통합당 공천보류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포항 선거판이 완전히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 의원은 박승호 전 시장이 포항북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포항남·울릉 선거구를 살펴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포항북 및 경주시 선거구 공천보류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포항시민 최모씨(57)는 “공천 과정에서도 제 멋대로 해왔던 통합당이 이제 시민들의 뜻을 물은 경선 결과마저 뒤집으려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 한모씨(61)는 “통합당이 ‘과메기도 꽂으면 당선된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통합당이 아예 민주당에 당을 들어 바치려는 수작”이라고 꼬집었다.

경주 시민 최모씨(55)는 “공천이 잘못됐더라도 경선을 통해 결정이 됐으면 후보로 확정하는 게 올바른 민주주의 아니냐”며 “문정권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통합당의 더 불공정한 처사가 가소롭다”고 말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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