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 위기 심화시 도미노 현상 우려 작용…고용 악재도 고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 글로벌 금융위기 때 2배…기업 자금난 해소 주력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 방안 결론 내도록 준비"…재난기본소득 논의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에 지원되는 자금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결정을 단행했다.

경제 현장의 최일선에 선 기업의 위기 심화가 고용 악화, 가계 소득 감소 등을 유발하며 다른 경제 주체들에 악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데 따른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지난 1차 회의에서 결정한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대폭 확대해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1차 회의에서 발표한 지원 대책은 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자금난 해소에 중점을 뒀다. 경제적 충격에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대책이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금융시장 상황, 이에 따른 자금난 호소 등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폭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이 기업 자체의 문제 내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도 함께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20조원 규모로 조성해 견실한 기업이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겪는 일시적 자금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정부가 조성한 채권시장 안정펀드(10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청와대와 정부가 현재 시장의 자금난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넘어 주력 산업의 기업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비우량기업과 우량기업 모두를 촘촘하게 지원하는 것”이라며 “우리 기업을 지켜내기 위한 특단의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된 조치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대기업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29.1조원 규모의 경영자금을 추가로 지원해 기업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우겠다”며 “필요하다면 대기업도 포함해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기업이 쓰러지는 것을 막겠다”고 언급했다.

대기업의 위기가 심화할 경우 그와 연계된 중소·중견기업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 만큼 이와 관련한 선제적 조치에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기업에 지원하는 자금의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급격한 고용 불안을 막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코로나19의 직접 영향을 받은 항공업, 여행업, 관광업, 호텔업 등의 기업에서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량해고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어려우면 고용 부분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며 “기업이 신청하는 고용 유지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재난기본소득 혹은 긴급재난생활비 등 ‘현금성 지원’ 확대와 같은 조치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3차 회의에서는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 방안에 대해 재정 소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신속하고 분명하게 보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주재한 국무회의나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밝힌 ‘취약계층 우선’ 원칙과는 다소 결이 다르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현금성 지원 대책이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경제상황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국민 수용도 등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문 대통령이 다음 주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결론을 내자고 한 만큼 청와대와 정부로서는 이런 세 가지 기준을 놓고 현실화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서둘러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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