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리 삶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제약은 감염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조치를 비롯해서 국가와 지자체의 요청, 또는 행정명령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느새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로까지 번져나갔다. 안타깝게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상호입국규제를 단행하면서 ‘국가적 거리두기’에 나섰다.

코로나19의 글로벌 규모 확산으로 외국인의 입국을 통제하는 나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한국발 입국제한 국가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코로나사태가 끝이 나면 자연스럽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회복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걱정이 앞선다. 얽히고설킨 양국관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두 나라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많은 일본국민의 마음 한 곳에 늘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한류다.

우리나라는 1998년 10월 ‘한일파트너십’ 선언 이후 단계적으로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하였고, 이후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일본에서는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계기로 한류 붐이 일어나 많은 한국영화, 드라마, 음악 등이 일본국민을 웃기고 울리면서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한류스타들도 활발한 일본 활동으로 훌륭한 민간외교관 역할을 해왔고, 그만큼 일본국민들의 마음에 한국이 더 크게 자리 잡게 되었다.

일본은 중화권 다음가는 최대의 한류 수입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의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수입액은 16억5,598만 달러로 전 세계의 19.3%를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산업 중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방송산업은 일본이 최대 수입국이며, 그 규모는 8,195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5.5%에 이른다. 일본은 거대한 한류시장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쓴 직후, 일본에서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제43회 일본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배우가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일본영화 ‘신문기자’에서 열연한 심은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권 비판적 내용의 영화다. 정권비판이라는 민감한 내용의 영화에 그것도 주연으로 출연한 한국배우가 일본아카데미 사상 최초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목할 만한 일본영화가 또 하나 있다. 올 6월 일본에서 개봉되는 ‘야키니쿠 드래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2일 ‘용길이네 곱창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고도성장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 오사카 공항 근처 판자촌에서 차별과 무시를 견디며 살아가는 재일한국인의 애환을 다룬 영화로 기생충의 이정은이 출연했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또 한 번 한국 배우가 일본 영화제를 휩쓰는 일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상호입국규제로 인적교류마저 막혀버린 지금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 지금까지 한일 양국은 정치적 이슈로 대립을 지속해 왔고, 지난해에는 수출규제라는 경제적 측면의 대립도 겪었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도 인적교류는 자유로웠다.

한류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인적교류마저 중단된 씁쓸한 상황이지만, 한류는 여전히 양국을 잇는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앞으로도 한류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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