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쓰는 비누는 개화기에 들어와 ‘양비누’라 불렸다. ‘비누’라는 단어는 뜻밖 한자어도 외래어도 아닌 순우리말이다. 조선시대 녹두나 팥, 콩을 갈아 피부미용에 쓰거나 빨래의 때를 빼는데 쓰는 것을 ‘비노’라 했는데 여기서 비롯됐다. ‘비노’의 음운이 변동돼 ‘비누’가 된 것이다.

비누는 기원전 3800년께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비누 제조법은 산업화 이후에 확립됐다. 18세기에 들어서 프랑스의 니콜라 르블랑(1742~1806)이 세탁 소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비누가 대중화 되기 시작했다. 이후 비누 제작 공법의 발전이 이어져 대규모 기계공장에서 비누를 생산하게 됐다.

비누의 대중화는 인류의 수명을 20년 늘린 획기적 발명이었다. 인간 수명을 늘려 준 비누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 유행, 가장 중요한 개인 위생 수칙으로 ‘비누로 손 씻기’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44)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권력의 개인에 대한 감시가 일상화 할 것이 우려할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감시 강화 보다 투명한 정보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누 경찰(Soap Police)’론을 폈다.

“오늘날 수억 명이 매일 비누로 손 씻기를 하는 것은 비누 경찰이 들이닥칠까 봐 두려워 하는 행동이 아니다. 당연한 팩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손을 비누로 씻는 이유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존재함을 알고 있고, 이 미생물들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비누가 이를 제거한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비누로 손 씻기는 인류 보건사의 획기적 발전이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도 질병관리본부는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를 권장하고 있다. ‘산토끼’나 ‘나비야’ 같은 동요를 천천히 부르면 15초 정도라 한다. 동요를 두어 번 반복해서 부르며 비누로 손을 씻는 ‘비누 경찰’ 부르기를 생활화 해야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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