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위험시설 D등급…안전 위협, 이르면 2021년 하반기 착공

지난 1994년 매립장 제방 붕괴사고로 인해 응급복구만 한 채 방치돼 오던 포항철강공단내 네이처이앤티 매립장에 대한 항구적 안정화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1994년 국내 최대 환경오염사고로 기록됐던 포항철강공단내 구 유봉산업(현 네이처이앤티) 붕괴사고 매립장이 응급복구 25년 만에 항구적 안정화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24일 포항시와 네이처이앤티(구 동양에코) 등에 따르면 지난 1994년 6월 폭우로 인해 매립장 제방이 무너지면서 매립장내에 묻혀있던 염색슬러지 수십만t이 인근 공단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 약 1년 간에 걸쳐 응급복구공사 끝에 사태가 일단락 됐다.

그러나 당시 매립장 조성과 관련한 규정이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았던 데다 사고 수습을 위한 응급복구에만 치중, 수분함유량이 높은 염색슬러지 유동성 문제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09년과 2012년 6공구 매립장 상층부 압력 및 내부 유동성에 의한 매립지 변형이 발생하는 등 또 다른 사고 발생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제 2의 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지자 포항시의회(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 2015년 6월 안전문제가 제기된 네이처이앤티 매립장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인 뒤 포항시 관련부서에 안정화 대책방안을 주문했다.

의회의 주문에 따라 포항시 환경정책과는 같은 해 7월 당시 동양에코에 ‘사후매립지의 안정화 미흡 원인분석 및 근본대책을 강구하라’는 공문을 보낸데 이어 같은 해 11월 ‘매립지 안정화 미흡 원인분석 용역수행 세부추진 계획서 제출’을 독촉하는 공문을 또다시 보냈다.

이에 따라 네이처이앤티는 지난 2016년 1월 포항시와 협의한 끝에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매립장 안정화 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약 5개월 간에 걸쳐 사고 매립장내 매립폐기물(염색슬러지)상태와 매립장 사면부 안정성, 시트파일 심도확인 탐사(P파검층) 등을 실시한 결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거해 재난안전 D등급으로 판단을 내렸다.

연구원 측은 지난 1994년 유봉산업 매립장 붕괴사고로 매립지 내부의 침출수 및 매립가스순환 설비가 파손됐고, 응급복구에만 치중하면서 함수율이 높은 염색슬러지를 다짐작업 없이 그대로 매립한 것을 매립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즉 매립물량의 대부분(약 75%)을 차지하는 염색슬러지 수분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높은 유동성으로 인해 제방 하중부담이 커질 경우 지진·폭우 등 으로 인한 폐기물 유출 또는 제방붕괴 등 재난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연구원 측은 유봉산업 매립장 건설 당시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던 터라 현재 안전기준에 크게 못미치며, 설계 도면 마저 없어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용역을 맡았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정재형 박사는 “매립지 내부와 사면부 등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당장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안전률이 낮아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현 상태를 안정화시키려면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매립된 슬러지를 굴착한 뒤 고형화 시켜 이송처리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용역결과를 받은 네이처이앤티는 같은 해 7월 포항시에 기업경영애로사항을 접수하는 한편 매립장 안정화를 위한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하지만 항구적 안정화를 위해서는 굴착·고형화 후 이송부지 확보가 최대관건이었으나 네이처이앤티가 20년 전 포항시에 제기된 민원을 대신해 매입했던 연접부지를 이송매립지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응급복구 매립장의 안정화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네이처이앤티는 최근 이송부지로 활용할 매립시설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의뢰하는 등 행정절차에 들어갔으며, 주민설명회와 폐기물처리시설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빠르면 2021년 하반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네이처이앤티 관계자는 “그동안 매립 슬러지 유동화 문제로 인해 제 2의 유출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안정화 사업을 추진해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