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렘은 보안성과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텔레그램이 기존 웹하드나 다른 SNS 커뮤니티를 통해 성 착취를 일삼던 사람들의 수요를 흡수하게 됐다. 성 착취자들이 성 착취 대상인 일명 ‘노예’를 만들어 활동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성 착취자는 트위터를 통해 구인 공고를 내 취업 준비생 같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을 유인했다. 그들은 ‘모델 알바’로 돈을 벌 수 있다며 공고한 텔레그램ID로 연락하게 한다. 여성들이 텔레그램ID로 연락을 하는 순간 이들은 ‘노예’로 전락한다. 텔레그램ID를 통해 해킹프로그램을 작동하게 해서 여성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영상을 찍어 보내게 하는 수법이다.

성 착취자들이 여성들로부터 받은 영상에는 엽기적이고 반인륜적인 것들도 허다하다고 한다. 나체로 개처럼 짓게 하거나 주요 신체 부위를 자해하게 하는가 하면 인분을 먹게 하기도 하는 영상도 있다고 한다. 영상에는 상당수의 미성년자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지금까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조주빈(25)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본격 수사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사실들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n번방 박사’로 불린 조주빈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텔레그램의 ‘박사방’이라는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며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해 유포했다. 24일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74명으로 이 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람의 세계관은 아주 반반으로 나뉘어서 아마 행동을 했을 겁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친사회적인 자신의 모습과 온라인에서의 끔찍한 포식 동물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모습도 한편으로는 존재했던 거죠. 그런 잔인함이 발휘되는 근거는 사실은 돈 때문이다. 이렇게 봐야 되겠죠. 지금 범죄 수익이 100억대입니다.”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성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교육의 참담한 대실패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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