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격전지를 가다 대구 북구을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 북구을 주민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있다.
4·15 총선 후보등록 첫날인 26일 대구 북구을 선거구에 진보·보수 주자들이 몰리면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4파전 승부를 예고했다.

북구을은 홍의락 의원이 김부겸 의원(수성갑)과 함께 대구지역 더불어민주당 교두보 역할을 맡으면서 3선(지역구 재선) 도전장을 내민 곳이다.

여기에 미래통합당이 실지회복 기치 아래 대구시 행정부시장 출신 김승수 후보를 내세웠고, 미래통합당 공천을 신청했던 주성영 후보와 진보정당인 정의당 이영재 후보가 가세해 진보-보수 대결로 압축됐다.

북구을 지역은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비례의원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홍의락 후보가 북을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한 이후 지난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홍 후보는 민주당 공천배제(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후 당선됐으나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진보층 등의 지지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년 후 민주당에 다시 입당하면서 ‘복당을 서둘렀다’‘지지층으로부터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대구에서 진보정치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주자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홍 후보의 강세가 두드러질지는 미지수다.
김승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대구 북구을 주민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통합당에서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내세운 김승수 후보와 앞서 북을 지역에서 활동하며 총선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주성영 후보 등 보수진영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 행정부시장 등 30년 동안의 공직 경험과 100% 국민여론경선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축적한 김승수 후보와 7년 동안 북을에서 법률상담을 하는 등 지역에서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아온 주성영 후보 모두 민주당 기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예상하며 보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단 두 후보가 겨냥한 맞상대는 다르다.

김 후보는 경선 승리 이후 “지역구 현역인 홍 후보에게 반드시 압승을 거둬 대구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면서 “북구를 대구 발전의 핵심축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30년 공직 경험에서 쌓은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성영 무소속 후보가 길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반면 주 후보는 앞서 통합당 컷오프에 반발하며 경선을 벌인 예비후보들에 대해 “세 사람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야 제 지지율에 절반 조금 넘었다”며 자신의 지지세를 내세웠고, 김승수 후보와의 승부가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승수·주성영 후보 간 보수진영 경쟁이 펼쳐지면서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표 분산으로 인해 홍 후보가 어부지리로 3선 고지를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영재 정의당 후보가 출근길 유세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진보 역시 정의당 이영재 후보가 출마하면서 표 분산 우려를 떠안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북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한 이영재 후보가 일부 주민들과 진보층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갈 경우 홍의락 후보의 득표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지난 1월 대구지역 총선 후보자를 발표할 때, 비교적 진보성향이 짙은 북을 지역에서 이 후보가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었다.

정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 12개 선거구 가운데 유일하게 북을 선거구에만 조명래 후보(21대 선거 북갑 출마)를 내세워 8.1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 8년간에 걸쳐 북구의원으로 활약했던 이 후보가 조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후보 역시 “진보·중도층에서도 민주당을 향한 반발 정서가 팽배한 분위기”라며 “지난 20대 총선에서 홍 후보를 향했던 유권자들의 표가 저를 비롯해 다른 후보들에게 상당수 돌아갈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본인 지지율에 대해 즉답을 보류하면서도 “북을 정당지지율 3위인 정의당 후보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진보·보수를 대표하는 거대 정당 민주당과 통합당 주자 모두 표 분산 우려를 안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전체 투표율 자체가 낮아질 수 있어 쉽사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다”며 “반드시 투표할 유권자 등 자신만의 지지층을 얼마나 확고히 다질 수 있는지가 이번 북을 선거 승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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