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

31번째 확진자가 나타나기 직전, 확진자가 하루 한두 명 수준일 때 전국 단위의 목회자 모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긴장은 했었지만, 웬만큼 악수도 하고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모임에서 "경북은 청정지역라 좋으시겠어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여유 있는 웃음으로 응대했습니다. 불과 이틀 뒤 상황이 급반전되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던 대구·경북지역이 가장 불쌍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며칠 뒤에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들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한국 여행 다녀온 교우가 있으면, 그 가정이 이번 주일에 교회 나올지 안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 나오면 우리는 교회 안 가겠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합니다. 이제 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에서 귀국한 유학생이 큰 위험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입니다. 외국 대학 다니던 자녀들 자랑하던 분들도 후회하면서 쉬쉬하기까지 합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형편이라는 것이 이렇게 오가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손가락질하는 그 자리에 내일 내가 서서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전염병 전파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철저히 조심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경계와 비난은 오히려 사회를 더 위험하게 만듭니다. 비난이 두려워 숨기는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해야 할 에너지를 소멸시키기도 합니다. 

‘교회’의 억울함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교회는 정부의 시책에 맞추어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고 불가피한 모임에서도 안전거리 등의 수칙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교회가 물의를 빚어 전체교회가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최근에는 몇몇 유학생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유학생 전체에 대한 적대감을 불붙이는 도화선이 되기도 합니다. 전염병도 위험하지만, 우리 사회 갈등폭발의 위험도 여기저기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오해받는 당사자들의 억울함이야 말로 다 할 수 없겠지만, 그 억울함을 직접적으로 분출하는 것은 그 집단을 외려 더 고립시킬 것입니다. 유학생이 억울하다고 전국 유학생연합회가 머리띠 두르고 투쟁에 나선다면 국민들의 반응이 어떨까요? 한 유학생 가정 편에 서서 한마디 한 구청장의 발언이 여론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억울한’ 한국교회가 갈 방향이 보일 겁니다. 

교회의 목표는 단순히 우리에게 쏠리는 비난을 면해보자, 우리의 억울함을 벗어보자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비난의 늪에 빠질 것입니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방역당국의 권고에 철저히 협조하고, 지역사회가 교회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교회가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데 많은 교회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과도한 불안으로 비난을 주고받는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 포용하고 감싸주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일을 교회가 담당해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마음이 함께 필요합니다. 전염병이 전파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심하되, 과도한 비난이 특정 집단에게 쏠리는 것을 막는 지혜가 함께 필요합니다. 혹 우리에게 비난이 쏠린다면 잘 소화하고 웃음으로 응대할 여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성숙한 태도와 선한 마음이 모일 때 우리 사회는 그 어떤 고난도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
온라인뉴스팀 kb@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속보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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