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정경부장

4·15총선이 시작되자 말자 보수의 아성으로 불려 왔던 경북·대구가 절망 속에 빠져들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4·15 총선 후보를 잘 뽑아달라며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겼고, 김 위원장은 바통을 받자 말자 ‘TK(대구·경북)몰살론’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지난 3월 초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그 약속을 철저히(?) 지킨 뒤 ‘공천에 당내·외부의 압력이 심하다’는 이유를 앞세워 달아나 버렸다.

김 위원장이 공천을 확정한 경북·대구는 현역 20명 중 12명이 불출마 또는 컷오프 시켰다.

김 위원장이 떠난 뒤 경주 김석기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되살아 났지만 김 의원을 포함하더라도 교체율이 55%에 이른다.

미래통합당 전체 교체율 44.4%에 비할 때 무려 10.6%p나 높았으며, 수도권 30.6%에 비하면 23.4%p나 높은 수치다.

교체율이라는 숫자만으로도 TK몰살이 현실이 됐지만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당시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1당을 넘겨줬지만 경북은 13석 전체를, 대구는 12석 중 7석을 차지한 뒤 주호영·유승민 의원이 복당하면서 사실상 9석을 차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구에서 김부겸·홍의락 의원이 전부였다.

그럼 에도 미래통합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혁신’이란 이름 아래 TK를 마구잡이로 잘라냈다.

TK몰살의 더 큰 문제는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시장이 탄생한 구미시는 2명의 국회의원을 모두 물갈이 한 반면 무소속 시장이 탄생한 영천시는 단수공천으로 후보를 확정 지었다.

이외의 여러 가지 기준에서도 지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컷오프된 많은 후보들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경악스러운 일은 경주시 선거구였다.

통합당은 당초 박병훈·김원길 예비후보 간 경선을 시켰으나 박병훈 예비후보가 승리하자 이를 무효화한 뒤 김석기·김원길 예비후보 간 재경선이라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이석연 공관위원장 대행은 ‘당규상 불법 선거운동이나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있을 때만 공천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즉 박병훈 예비후보의 과거사에서 잘못된 점이 있었더라면 이를 걸러내지 못한 공관위의 잘못이고, 경선과정에서의 불법선거운동 또는 금품수수와 같은 행위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공천 무효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박병훈 예비후보에게 패했던 김원길 예비후보를 다시 김석기 의원과 경선시킨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공천을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한 것이라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겠지만 그를 추대한 사람이 황 대표였던 만큼 모든 책임은 황교안 대표에게 있다.

따라서 황교안 대표는 4·15 총선에 앞서 경주시 선거구를 비롯한 경북·대구 지역 공천과 관련한 제대로 된 해명과 함께 유권자들을 우롱한 데 대한 명백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만약 황 대표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해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미래통합당이 이번 4·15 총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횡에 맞서 싸울 명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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