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교수.정치학 박사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선거비용을 모으고 있다. 예비후보 시절에는 SNS를 통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보냈다. “능력이 있으나 돈이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돈이 모자랍니다. 후원해 주십시오”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면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 계좌번호 까지 떡하니 적혀 있다. 정당 후보자로 확정된 이후에도 온·오프로 후원금 계좌가 날아다닌다. 선거펀드를 만들어 국민의 돈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하려 한다. 이와 같은 정치인의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돈은 없지만, 능력이 출중한 정치인의 국회 진출을 위해 유권자가 후원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당선은 개인의 영역이고, 좋은 정치는 당위일 뿐이다.

“돈 없으면 정치하지 말란 말인가? 당선된 후 좋은 정치로 보답하면 되지 않는가? 왜 정치를 돈과 연관시키는가? 천민자본주의적 사고를 집어치워라” 이렇게 반론할 수 있다. 정치는 봉사개념이다. 봉사는 자신의 능력과 재력을 기반으로 하는 자발적 기여를 말한다. 그런데 국민에게 “봉사비용을 대 달라” “투표에서 표를 달라”이게 봉사하겠다는 자세인가? “비록 국민의 돈이지만 당선된 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라고 항변한다. 국회의원에게 국민을 위한 정치는 지극히 당연한 의무인데, 이를 약속으로 둔갑시키면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더욱이 돈과 표를 주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협박 정도로 들리기까지 한다.

적어도 국민을 위해 봉사할 마음을 가진 자라면, 나름대로 모범적으로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국민에게 선거비용을 기대는 후보자는 “선거에 출마하려니 돈이 없다.” “열심히 살았는데 돈이 모이지 않더라”와 같이 이런저런 이유를 댈 것이다. 이들은 열심히 살지 않았거나 돈 관리를 잘못했다. “사업을 했는데 망했다” 사업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떼였다” 지인을 잘못 두었거나 지인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권, 감사권, 예산권을 가진다. 그러므로 돈 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자, 경영능력이 없는 자, 사람 관리도 못 하는 자를 국회의원으로 만들 수는 없다.

착실하게 살아왔지만, 충분한 선거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출마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이 보유한 동산을 사용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하여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팔기 싫다면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으면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면 지인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 자신의 재산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자, 담보대출도 불가능한 자, 돈을 빌릴 지인조차 없는 자. 이런 무능력자가 국회의원이 된다? 국가를 말아먹는 지름길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운동에 매진하느라 돈을 벌 수 없었다?” 진실이라면 구걸하지 않아도 동지들이 선거자금을 들고 온다. 함께 활동한 동지들을 꼭꼭 숨겨 어디에 사용하려나?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121조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비용 제한액을 공고한다. 선거비용을 제한하는 이유는 후보자 간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선거운동의 불공평을 방지하고, 유능하고 참신한 사람의 선거 출마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다가오는 21대 총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을 보면 최대는 경남 ‘밀양시 의령군 함안군 창녕군’ 선거구로 3억1천8백만 원이며, 최소는 경기 부천시 ‘원미구갑’으로 1억4천3백만 원이며 전체 평균은 1억8천200만 원이다. 선거법이 정한 최소비용을 스스로 마련할 수도, 빌릴 수도, 지원받을 수도 없는 자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이들이 국가를 어떻게 경영할지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후원에 기대거나 선거펀드는 만드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많은 후보자가 수억 원대의 아파트나 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좋은 옷을 입고 삼시 세끼 맛있는 음식을 들고 계신다. 자신의 재산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면서, 전세와 월세에 거주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국민에게 선거자금을 달라고 한다. 거지 심보를 넘어 날강도 수준이다. 당비와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정당보조금에서 선거자금을 지원을 받고도, 또다시 국민의 등에 빨대는 꼽으려 하니 말이다. 자기 희생정신이라고는 일 푼도 없는 이들이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겠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법적으로 후원금 모금과 선거펀드가 불법은 아니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자기네들 좋자고 만든 이상한 법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이중삼중으로 국민을 우려먹으니 말이다. 이를 두고 악법이라고 한다. 정당보조금, 후원금, 선거펀드 중 1개만 남기고 나머지 2개를 없애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입법에는 그렇게 지지고 볶고 하더니,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입법에는 너그러움을 넘어 짝짜꿍까지 했다. 더하여 ‘깨끗한 정치를 위하여’라는 위장막으로 국민을 현혹하며, 자신이 이중삼중으로 당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느끼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합법과 관계없이, 돈을 구걸하는 후보자는 국회의원으로서 기초가 안 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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