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 도서관장·교수
한태천 경운대 도서관장·교수

"여보! 오늘은 코로나19 확진자도 사망자도 단 한 명도 없대요!" 아내의 외침 소리에 잠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사실이 아니다. 이런 보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세계 공적 경제기구는 경기 침체를 기정사실로 확정하고 있다. 30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는 200여 곳에서 발생하여 확진자 수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코로나19에 걸릴 것이란 예측 보도도 있다. 영국 경제기관 EIU는 2020년도 G20 개국의 GDP 성장률은 -2.2%, 한국의 GDP 성장률은 -1.8%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가 큰 이탈리아는 GDP 성장률이 -7.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암담하고 참혹한 현실이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친한 동료나 친구, 제자와 스승, 가족들 간에 가벼운 거짓말이나 행동으로 웃고 즐기면서 서로 정을 나누었던 만우절. 통신기기가 발달되고 참여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119 등에 장난성 전화를 걸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여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까운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가벼운 장난이었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웃어넘기던 그런 만우절이었다. 코로나19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걷어내고 잠시 힐링하자는 의미에서 만우절에 관한 몇 가지 사례들을 적어 본다. 

만우절 이야기는 제자들과 스승 간의 사례가 절대다수를 이룬다. ‘바람의 검심’이라는 카페에는 선생님들을 속인 제자들이 선생님에게 속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4월 1일. 모든 학생들이 책상을 돌려놓고 교실 뒤쪽을 보고 앉아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책상을 돌리라고 했고, 어떤 선생님은 그대로 수업을 했다. 담임선생님께서 이 상황을 보시고는 종회 시간에 들어와서 너무도 심각하게 "너희들 오늘 5시까지 남아"라고 하셨다. 저희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결국 몇 초 후에 선생님께서 "뻥이야!"라는 말씀을 하실 때까지 심각한 분위기로 있었다. (반응을 보니, 전부 다 낚였던 거요. 다, 소리 지르고)

또한 만우절 이야기는 가족 간에 겪었던 이야기도 많다. ‘크레용팝’ 공식카페 자유게시판 댓글에 조카가 외삼촌으로부터 겪은 이야기가 나온다. 6학년 때 막내 외삼촌이 자장면을 사주셨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저의 이름을 부르시며 "이 말을 이제 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너에게 숨겨서도 안 될 것 같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놀라지 마라." 한참을 망설이더니 "내가 너의 진짜 아버지다. 지금의 아버지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 순간 머리가 빙빙 돌고 손가락에 힘이 빠져 젓가락을 놓치고 말았다. 갑자기 막내 외삼촌께서 하하하 소리 내어 웃으시면서 "오늘 만우절이야" 하셨다.

부부간에 만우절 날 겪은 이야기도 많다. ‘어른들을 위한 스타그래프트’ 카페에는 남편을 속인 아내가 남편에게 속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가 남편을 일찍 깨워놓고, 우울증이 심해 언제 극단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며 마음도 다스릴 겸 나들이 좀 다녀오겠다고 했다. 남편의 걱정이 극에 달하자 아내는 외출 대신 피자라도 사 먹으며 시간을 좀 보내야겠다고 했다. 남편이 돈을 주자 아내가 깔깔 웃으며 만우절이라고 했다. 남편은 퇴근 후 경주로 드라이브하자는 제안을 하고 출근했다. 잔뜩 들뜬 채 외출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아내에게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속았지롱, 오늘 만우절이야^^."

심지어는 공신력을 가진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독자와 시청자를 대상으로 만우절 놀이를 하기도 했다. ‘꿈의 행운 열차’ 카페에는 D일보의 ‘고바우 영감’이라는 연재만화가 나온다. 회사 공보란에 고바우를 과장 자리에 임명한다는 내용이 나자 고바우가 과장 자리에 앉아 거들먹거린다. 사장이 지나가다가 "저 사람이 왜 저러는가?"하고 부하들에게 물으니 "오늘이 만우절입니다"라는 내용이다. 2008년 영국 BBC 방송에서는 펭귄이 추위를 피해 하늘을 날고 있다는 방송을 했다. 시청자들이 믿지 않았으나 코메디언 테리 존스가 직접 남극에 가서 취재했다고 하니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펭귄이 하늘을 나는 영상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었다.

그렇다면 만우절의 기원은 언제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양한 설이 있으나 프랑스 샤를 9세 이야기가 유력해 보인다. 당시 프랑스에는 지금의 3월 25일에서 4월 2일까지 신년제를 행했고 4월 1일에는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이 있었다. 샤를 9세는 태양력인 그레고리 달력을 도입하여 1564년부터 1월 1일을 신년으로 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4월 1일을 신년인척하여 가짜 행사도 꾸미고 가짜 안내장도 보냈다. 이에 속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하였으며, 이날을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이라고 칭했다는 것이다.

필자도 재미삼아 ‘만우절, 왜 거짓말을 해도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창작을 해서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옛날, 민드기라는 능금나무 많은 강변 마을이 있었는데, 만씨 집안에 우절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음력 4월 1일. 능금 꽃 구경을 나온 왕과 왕비의 안내를 맡았던 우절이가 왕비의 자태에 넋을 잃고 왕비의 손을 텁석 잡고 말았다. 우절이는 "거짓을 생명선으로 삼고 살아라"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고 왕에게 목숨을 걸고 거짓으로 고한다. "왕비마마의 손을 잡은 것은 제가 아니라 왕비마마의 미모에 현혹된 능금 꽃 화신(花神)이옵니다." 주민들을 통해 우절이에 대해 알고 있었던 왕이 "왕비의 손을 훔친 죄는 죽어 마땅하나 거짓없이 살아온 우절이가 능금꽃 화신이 그랬다고 하니 용서하노라"고 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우절이의 이름을 따 이날을 ‘만우절’이라 부르고, 매년 이날은 거짓말을 해도 용서하였다. 

112나 119, 182나 120에 허위신고를 하면 공무집행방해죄나 경범죄처벌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의 청구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관련 기관에 전화 장난을 하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심한 거짓은 삼가야 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가벼운 농담이나 지난 만우절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코로나19로부터 받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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