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영국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S. Eliot·1888~1965)의 장시 ‘황무지’ 첫 구절이다. 이 구절은 봄날에 어두운 소식 앞에 붙는 수식어처럼 널리 알려져 있다. 엘리엇이 총 5부 434행의 장시(長詩) ‘황무지(The Waste Land)’를 발표한 것이 1922년이어서 대략 100년 전의 시로 보면 될 것이다.

엘리엇이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 것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그 하나는 일반적인 해석으로 1차 세계대전(1914~1918년) 후 유럽의 황폐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4월은 충만한 생명의 계절이지만 현실은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역설적 표현을 썼다는 것이 대표적 통설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엘리엇이 스스로 이 시를 “개인적 무의미한 인생에 대한 불평”이라 한 것에 근거한 분석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 까닭이 1910년 프랑스 유학 시절 만난 의대생 장 베르드날을 잃은 슬픔 때문이란 것이다. 엘리엇이 좋아한 베르드날이 1차 대전 때 해군으로 참전했다가 1915년 4월 갈리폴리 해전에서 전사했다. 상심한 엘리엇은 그해 7월 비비언 헤이우드와 쫓기듯 결혼했지만 생활은 불행했다. 1921년 요양차 스위스 로잔 호숫가에서 ‘황무지’를 쓴 것으로 봐서 시차는 있지만 이런 개인적 상실감을 시로 썼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란 주장이다.

‘황무지’ 1부 ‘죽은 자의 매장’에는 매일매일 아무 생각 없이 출근을 위해 런던 브리지를 넘어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의 죽은 자들의 행렬에 비유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어서 시의 이미지와 오버랩 된다.

지난 2월 19일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3월 31일까지 대구·경북에서 15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국에선 모두 163명이 찬란한 생명의 봄날 이승과 영이별을 했다.

엘리엇은 평화를 의미하는 산스크리스트어 주문 ‘샨티(Shanti) 샨티 샨티’로 시를 마무리 했다. 4월엔 지구촌에서 코로나19가 박멸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샨티 샨티 샨티!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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