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등 극한의 절망 속 인간 군상 그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40년대 프랑스령 알제리 북부도시 오랑(Oran).

흑사병으로 불리는 페스트가 갑자기 창궐해 도시가 폐쇄되고 시민들은 공포에 질린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명씩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막장 상황이 1년 동안 이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기본 상황 설정이다.

“밖에는 비가 그쳐 있었다.

물기와 해가 뒤섞인 하늘은 광장위에 더 싱싱한 햇살을 쏟고 있었다.

사람들의 소리와 차들이 미끄러져 가는 소리.

깨어난 도시의 온갖 언어가 거리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청중은 나지막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럽게 소지품을 챙기고 있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중 죽음의 공포를 벗어난 도시 일상의 일부이다

지구촌에 ‘코로나 19’전염병에 대한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면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도시며 지역이 봉쇄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고전소설 목록에서 내려와 지금 이 시대를 말하는 소설이 된다

소설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가 1947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다시 읽힌다.

특히 tvN 예능 프로그램 ‘요즘 책방’에서 이 소설을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결부해 “대중 심리를 정확히 표현한 작품”이라며 집중 조명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페스트’는 공포와 죽음, 이별의 아픔 등 극한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의 인간 군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카뮈는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면서도, 생지옥으로 변해 가는 세계를 거부하며 진리의 길을 가는 인물들을 그려내 ‘무신론적 성자’로 칭송받기도 했다.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페스트’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카뮈의 ‘이방인’은 부조리한 집단과 개인의 생각이 서로 상충 됐을 때 어떤 부조리한 결과로 나타나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면 ‘페스트’는 집단에서 부조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인은 어떻게 수용하고 행동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느냐는 담론이다.

국내에 번역돼 출간된 한국어판 ‘페스트’는 모두 20여 종.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이 서점에서 ‘페스트’20여 종이 3500부가량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8배 증가한 수치다. 영풍문고에서도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번역본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옮긴 민음사 판본이다. 이 책은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 3월 셋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2위, 소설부문 1위에 올랐고, 인터파크에서도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가 창궐한 대구와 경북도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멀리서 희미한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터널을 무사히 지나면 다시 화사한 봄볕을 온몸으로 받을 것이다 동백꽃은 큰 눈망울로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다 함께 창공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싱그러운 봄을 맘껏 마시리라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서로 얼싸안고 한바탕 춤을 추리라

이젠, 해방이다, 자유다. 하늘 높이 소리칠 날이 멀지 않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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