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복사꽃이 핀다 나무보다 먼저
햇빛에 이르러 마음은
희고 붉은 꽃잎 속 타는 혓바닥처럼
복사꽃에 떠밀리면
허리 굽혀 어머니를 껴안는 산길
봄비를 오게 하는 무덤


<감상> 복사꽃이 피는 곳에는 언제나 오솔길이 있다. 그 오솔길이 밭을 일구고, 꽃을 피게 하며, 나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 둥글게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늘 그리움이 가득하기에 나무보다 먼저 내 마음 속에 복사꽃이 핀다. 희거나 붉거나 간절한 나의 갈증은 혓바늘로 돋고 복사꽃에 떠밀려 어머니께 간다. 그 길은 등 굽은 어머니처럼 무덤을 껴안다. 봄비를 내리게 하는 어머니의 무덤, 봄비를 맞은 복사꽃은 향기가 더 진하다. 창자 속으로 스며드는 향기들, 구절양장(九折羊腸) 꼬불꼬불한 산길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는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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